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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넬이 까마귀의 말을 가로채고는 책상 쪽으로 천천히 기어갔다.

살짝 올라가 있는 꼬리 끝에는 조금 전 하은 옆에 놓여 있던 구급상자가 매달려 있었다.

꼬리를 저런 식으로 쓰기도 하는구나. 멍한 정신 속에서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군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왜일까. 까마귀가 단순히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건데도 그 위로 신사적인 인간 남자가 정중하게 허리를 숙이는 모습이 겹쳐 보였다.

멍하니 있던 하은이 갑자기 덴 듯이 놀랐다.

“잠깐, 이봐요! 방금 무슨 소리예요? 도와준다뇨? 제가 뭘 도와주기로 했다는 거예요?”

“참, 사정 설명을 안 했군. 우리는 누군가를 찾고 있어.”

구급상자를 책상에 둔 하넬이 바닥 위를 미끄러지듯 매끄럽게 움직였다.

“사람을 찾는 건 흥신소에 의뢰해요. 그게 더 정확하고 빠를 테고, 무엇보다도 저는 그런 일 해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하넬이 작은 머리를 살짝 저었다.

“남에게 맡기는 건 불가능해. 그분은 너밖에 찾을 수가 없거든.”

“도대체 그게 무슨……?”

“그러니 도와주겠지? 이렇게 부탁하는데 말이야.”

다시금 하은이 앉아 있는 침대 앞에 멈춰선 뱀이 보란 듯이 입을 쩍 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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