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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채치수 댓글 0건 조회 609회 작성일 20-10-23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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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왕전설 6화



만공대사는 공자 항렬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무공의 소유자이기에 장경각 주지로 발탁되었다.

본래 장경각 주지는 워낙 고달픈 직책이기에 이 년마다 교체되는 게 관례인데 만공대사는 십 년 째 장경각 주지를 고수하고 있었다. 이는 그 스스로 원한 일이기에 장문인도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

만공대사는 지난 십 년 동안 장경각을 벗어나지 않았다.

풍문에 의하면 만공대사의 이런 고행이 소림의 명예를 훼손한 중대한 과오 때문이라 하지만 용군휘는 그 말을 인정할 수 없었다. 계율을 철저히 지키고 자신 수양에도 매진하는 만공대사가 그렇듯 중대한 과오를 저질렀다고는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용군휘가 의아하게 생각하는 것은 만공대산의 뺨에 새겨진 흉터였다.

‘언뜻 듣기에 누군가 대결을 하다 입은 부상이라 하던데... 만공대사님 같은 분이 과연 누구와 비무를 하다가 상처를 입은 것일까.’

이때 만공대사와 시선이 마주치자 용군휘는 뜨악한 심정이 되어 얼른 고개를 숙였다.

공자 항렬의 배분은 가장 낮은 명자 항렬보다 세 배분이나 높기에 사존에 해당된다. 행자 신분으로 사존과 식사를 하는 것조차 감격스러운 일이기에 빤히 쳐다보는 것은 지극한 불경이다.

만공대사는 아주 조금만 먹기에 일찍 식사를 마칠 수 있었지만 제자들이 충분히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다.

수행에 매진해야 하는 승려들은 음식조차 가려야 하지만 장경각에 배속되면 밤낮으로 주변을 경계하기에 체력 소모가 상당하다. 승려들은 간식을 먹을 수 없는 계율 때문에 하루 세끼 식사가 유일한 체력 보충 시간이다.

만공대사는 이를 감안해 마지막 제자까지 식사가 끝난 것을 확인한 후에야 죽비를 쳐서 공양이 완료되었음을 알렸다.



* * *



소림의 대문에서 산문까지의 거리는 대략 십 리 정도.

소림의 승려들은 오랜 세월에 걸쳐 진입로 바닥에 평평한 자갈을 깔고 돌계단 만들어 놓았다. 이 기나긴 진입로를 관리하는 것도 행자들의 몫이다.

아침 식사가 끝나면 행자들 일부는 주방에 남아 설거지를 하고 다른 행자들은 일부 승려들과 함께 싸리비를 들고 산문까지 낙엽을 쓸어야 한다.

겨울에는 눈을 치우고 봄과 여름에는 비에 쓸린 길을 보수한다.

매일같이 낙엽이 수북하게 쌓이는 가을은 행자들에게 가장 힘겨운 계절이다. 중원오악 중 중악인 숭산은 울창한 수림으로 유명하기에 하루만 치우지 않으면 낙엽이 진입로를 뒤덮기에 길을 찾을 수 없을 정도다. 그 바람에 가을날 산문까지 비질을 하고 돌아오면 대다수 행자들은 녹초가 되고 만다. 그래도 그들은 쉴 겨를이 없다. 곧바로 점심 공양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후 무렵이 되어서야 행자들은 겨우 개별적인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용군휘는 행자들과 함께 사찰 밖에 마련된 제 삼십육방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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