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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고하고 당돌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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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윤정수 댓글 0건 조회 680회 작성일 19-08-07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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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시 안을 힐끔 쳐다보니 집 옆쪽에 큰 양조장(술 만들어 도매 하는 집)이 하나 딸려 있는 게 보였다. 하지만 더 이상 술을 만들지 않는 양조장 같았다. 오랫동안 사람이 다녀가지 않은 양조장 같이 보였다.
창문 하나가 들어 올려졌다. 곧 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름이 뭐 예요?”
내 안내자가 대답했다. “펌블추크입니다.” 답변이  돌아왔다. “좋아요.”
그리곤 창문이 도로 닫혔다. 곧 이어 ‘어린 아가씨 하나’가 뜰(건물로 둘러싸인 뜰)을 가로질러 우리에게 걸어오고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많은 열쇠들이 들려 있었다.
“이 애가,” 펌블추크 씨가 말했다. “핍(주인공이름, 아직은 꼬마)입니다.”
“이 애가 핍이라고요?” 아주 예쁘고 정말 거만해 보이는 어린 아가 씨(꼬마 숙녀)가 대답했다. “들어와,  핍.”
펌블추크 씨도 따라 들어가려다 그녀가 문에서 제지하며 바람에 멈추었다. 그녀가 말했다. “어! 아저씨도 미스 해비샴을 만나시려고요?”
“만약 미스 해비샴께서 저를 뵙기를 원하신 다면요.” 펌블추크 씨가 그녀의 태도에 무척 당황하며  말했다.
“아!” 그 소녀가 말했다. “하지만 당신은 그녀를 뵐 수 없어요. 잘 아시잖아요.”
그녀가 너무나 확고하고 당돌하게 최후통첩(뵐 수 없다)을 했기 때문에 펌블추크 씨는 품위를 꾸기고 말았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아무런 방어도 하지  못했다.
그는 대신 내게만은  엄한  눈짓을  지어보였는데,  내가  마치  그에게 그 짓(무례한 답변)을 했다는 식이었다. 나무라는 투로 이런 말들을 남 기며 그가 떠나갔다. “소년아!  여기에서의 네 행동이 ‘너를 손수 길러준 사람들’에게 명망(신용)이 되게 행동해야 하느니라.”
나는 그가 다시 돌아와 문을 사이에 두고서 “그리고 16을 또 더하 면?”이라고 묻지나 않을까 하는 염려를 떨쳐버리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돌아오지 않았다.
내 어린 여자안내원이 문을 잠갔다. 우리는 뜰(건물로 둘러싸인 뜰)을 가로질러 갔다. 뜰은 포장되어 있었고 깨끗했다. 하지만 갈라진 틈 사이로 잔디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뜰에는, 양조장 건물로 통하는 작고 좁은 길이 하나 있었다. 그 좁은 길의 나무문들이 열려 있었다. 그 문들 너머로 ‘양조장 전제 풍경’이  ‘높게 쳐진 벽들 쪽’까지 환히 보였다. 양조장 전체는 텅 비워 있었다. 오랫동안 사용되지 않은 것  같았다.
차가운  바람이  ‘이쪽 문 바깥’에서보다 ‘저쪽 안쪽’에서 더 춥게 부는 것만 같았다. 그 바람이 ‘양조장의 터인(열린) 쪽’을 들어가고 나오며 “청승맞게 길게 짖는 것 같은 높고 날카로운 소음”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 소리는 마치 바다에 있는 ‘배의 삭구’(배에서 쓰는 밧줄과 쇠사슬)에서 나는 바람 소리  같았다.
내가 양조장(술 만들어 도매하는 집)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보고 그녀가 이렇게 말했다. “저기서 만들어진 진한 맥주는 지금도 다치지 않고 마실 수 있단다, 이 꼬마야.”
“제가 생각해도 마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아가씨.” 내가 수줍어하며 말했다.
“하지만 지금 저기서 맥주를 만들지 않는 게 더 좋을 걸, 그랬다가는 식초인 걸로 판명날 거니까, 이 꼬마야. 넌 그렇게 생각하지 않니?”
“예 그런 것 같아요, 아가씨.”
“그렇다고 어느 누군가가 벌써 시도해봤다는 건 아니야,” 그녀가 덧붙였다. “양조장은 벌써 완전히 문 닫았으니까, 저건 이제 무너질 때까지 저렇게 한가롭게 저기에 서있을 거니까. 진한 맥주라면 이제 지하 실창고에도 얼마든지 있으니까. 이 ‘매너 하우스’(대저택)를 익사시킬 정도로 많아.”
“그게 이 집의 이름인가요, 아가씨?”
“이 집의 수많은 이름들 중 하나야, 이 꼬마야.”
“그럼 이 집의 이름이 하나 이상이라는 건가요, 아가씨?”
“하나 이상이지. 이 집의 또 다른 명칭은 ‘새티스’야. 아마 그건 그 리스어이거나, 라틴어(고대 로마제국 행정언어)이거나, 혹은 히브리어 (유대어)일수도 있어. 아니면 그 셋 다 일수도 있고. 뭐 나야 아무래도 좋지만. ‘새티스’란 ‘모든 게 충분하다’는 의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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