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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채치수 댓글 0건 조회 582회 작성일 20-10-28 13:13본문
“군휘는 너무 마음 상해하지 마라.”
“괜찮습니다, 스님. 선배님들 지적이 사실이잖아요?”
“그래도......”
“이제는 학권과 사권을 더 연마해야겠어요. 제가 유연성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소림오권은 확실하게 배우고 싶어요.”
“오냐, 중요한 것은 높은 절기나 다양한 무공이 아니다. 너의 열성이라면 반드시 대성할 거야.”
현사는 용군휘의 대견함을 칭찬하고는 먼저 보내주었다. 기존의 제자들 쪽으로 다가선 현사가 다소 감정적으로 훈시를 내렸다.
“오늘부터 소림의 절기 철사장을 교습하겠다. 뜨거운 모래에 살가죽이 열 번은 벗겨져야 철사장의 기초를 터득할 수 있을 것이다. 만일 고통을 못 이겨 포기하는 자는 삼십육방에서 축출한다. 다시는 소림 경내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게 만들어 주겠다!”
* * *
열흘 후.
용군휘는 여느 때처럼 점심 공양을 광주리에 담아 장경각으로 가져갔다. 그는 평소처럼 숨 막힐 듯한 정적 속에서 식사를 마치고 그릇을 챙겨 광주리에 넣었다.
한데 장경각 주지인 만공대사가 그를 지나치며 짤막하게 지시했다.
“따라오너라.”
“예에......? 예, 사존님.”
용군휘는 서둘러 만공대사의 뒤를 따랐다. 그는 감히 만공대사의 그림자도 밟을 수 없기에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겼다.
만공대사가 이른 곳은 장경각 앞이었다.
장경각 입구 좌우에는 정자 항렬의 중년 무승들 넷이 지켜서고 있었다. 이들은 만공대사의 직계제자들로 하나같이 뛰어난 무공의 소유자들이었다.
그들은 정중히 합장 배례를 취하고는 다시 경계 태세를 취했다. 장경각 문에는 봉인이 부착돼 있었다. 사사로운 출입조차 막겠다는 만공대사의 조치였다.
“들어가자.”
만공대사가 봉인을 떼고 문을 열자 용군휘는 깜짝 놀랐다.
“사... 사존님. 저... 저는 들어갈 수 없습니다.”
장경각 출입은 정자 항렬 이상의 승려들만 가능하며 그것도 각 전각 주지의 승인을 받아야만 출입이 허락된다. 한데 한낱 행자에 불과한 용군휘가 장경각에 들어간다는 것은 계율에도 어긋나는 행위였다.
만공대사가 억양 없는 어조로 말했다.
“지난 백일 동안 네가 장경각 소속 제자들을 위해 끼니때마다 공양을 가져다주지 않았더냐? 보답으로 네게 잠시 장경각을 구경시켜 주려는 것이다.”
“사존님, 이것은 법도에 어긋납니다.”
“노납이 장경각의 주지이며 책임자다.”
“하오나 방장님께서 아시면 큰일 납니다.”
“괜찮다. 장경각 청소를 위해 잠시 행자를 대동했기로 무슨 꾸지람을 내리시겠느냐?”
만공대사가 잡아끌자 용군휘는 어쩔 수 없이 장경각 내로 발을 들어놓아야 했다. 두 사람이 들어서자 육중한 나무문이 뒤에서 닫혔다.
“아......!”
용군휘는 눈앞에 펼쳐진 엄청난 광경에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수백 개의 서가에 빼곡한 수만 권의 경전과 무공비급은 그 자체로 장관이었다. 아마 이 중 일부만 세상 밖으로 유출돼도 한바탕 피바람이 불 것이다.
용군휘는 코 속으로 파고드는 먹물 냄새와 짙은 나무 냄새에 절로 숙연함에 젖었다. 소림 역대 조사들의 정신을 마음으로 느낀 것이다.
만공대사는 서가 사이의 좁은 통로로 걸음을 옮겼다.
“통로가 비좁다. 행여 서가를 쓰러뜨리면 안 되니 조심해서 따라오너라.”
“예, 예... 사존님.”
용군휘는 행여 자신의 소맷자락에 경전이 손상될 것이 우려되어 소매를 걷어 올리고 앞자락도 바싹 조였다.
만공대사는 서가를 지나면서 설명해 주었다.
“장경각은 본사 창건 이후 여러 번 확장을 거쳐 지금의 형태가 되었다. 사실 한번 더 확장해야 하지만 작업이 쉽지 않고 관리에 어려움이 많아 아직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예, 사존님.”
“불타께서는 대오각성하신 이후 화엄경으로 그 뜻을 전했지만 누구도 그 위대한 각성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불타께서는 평생토록 설법을 통해 중생을 이끄셨다. 그 과정에서 탄생된 법문이 바로 팔만사천경전이지.”
“아, 그렇군요. 저는 그 많은 경전 중에서 고작 반야심경 한편만을 알고 있을 뿐입니다. 뭐, 천수경도 중간까지는......”
“불타의 설법 중에 어찌 한 구절이라도 미흡한 것이 있겠느냐? 반야심경 한편에도 억겁의 진리가 담겨 있느니 평생 반야심경만 암송해도 부족할 것이다.”
“명심하겠습니다, 사존님.”
용군휘는 하늘과도 같은 사존의 금언에 가슴이 편안해졌다. 이제는 주변에서 그의 무지함을 조롱해도 주눅이 들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존님도 역시 정윤 스님과 같은 말씀을 하셔. 반야심경에 매진하는 것만으로 충분해. 그러다 보면 천수경도 모두 암송할 수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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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냐, 중요한 것은 높은 절기나 다양한 무공이 아니다. 너의 열성이라면 반드시 대성할 거야.”
현사는 용군휘의 대견함을 칭찬하고는 먼저 보내주었다. 기존의 제자들 쪽으로 다가선 현사가 다소 감정적으로 훈시를 내렸다.
“오늘부터 소림의 절기 철사장을 교습하겠다. 뜨거운 모래에 살가죽이 열 번은 벗겨져야 철사장의 기초를 터득할 수 있을 것이다. 만일 고통을 못 이겨 포기하는 자는 삼십육방에서 축출한다. 다시는 소림 경내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게 만들어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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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후.
용군휘는 여느 때처럼 점심 공양을 광주리에 담아 장경각으로 가져갔다. 그는 평소처럼 숨 막힐 듯한 정적 속에서 식사를 마치고 그릇을 챙겨 광주리에 넣었다.
한데 장경각 주지인 만공대사가 그를 지나치며 짤막하게 지시했다.
“따라오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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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자.”
만공대사가 봉인을 떼고 문을 열자 용군휘는 깜짝 놀랐다.
“사... 사존님. 저... 저는 들어갈 수 없습니다.”
장경각 출입은 정자 항렬 이상의 승려들만 가능하며 그것도 각 전각 주지의 승인을 받아야만 출입이 허락된다. 한데 한낱 행자에 불과한 용군휘가 장경각에 들어간다는 것은 계율에도 어긋나는 행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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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존님, 이것은 법도에 어긋납니다.”
“노납이 장경각의 주지이며 책임자다.”
“하오나 방장님께서 아시면 큰일 납니다.”
“괜찮다. 장경각 청소를 위해 잠시 행자를 대동했기로 무슨 꾸지람을 내리시겠느냐?”
만공대사가 잡아끌자 용군휘는 어쩔 수 없이 장경각 내로 발을 들어놓아야 했다. 두 사람이 들어서자 육중한 나무문이 뒤에서 닫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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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군휘는 눈앞에 펼쳐진 엄청난 광경에 입을 다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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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군휘는 코 속으로 파고드는 먹물 냄새와 짙은 나무 냄새에 절로 숙연함에 젖었다. 소림 역대 조사들의 정신을 마음으로 느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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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렇군요. 저는 그 많은 경전 중에서 고작 반야심경 한편만을 알고 있을 뿐입니다. 뭐, 천수경도 중간까지는......”
“불타의 설법 중에 어찌 한 구절이라도 미흡한 것이 있겠느냐? 반야심경 한편에도 억겁의 진리가 담겨 있느니 평생 반야심경만 암송해도 부족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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