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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문수는 모델하우스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의 얼굴은 어느새 회백색의 무표정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는 느릿하게 정리를 하면서 모델하우스 밖을 내다봤다.

무엇이 그리 바쁜지 많은 차량이 줄지어 서 있었다. 러시아워가 지났음에도 여전히 차량은 많았다. 9시가 넘었으니 더 이상 손님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문수는 모델하우스 내부를 둘러보며 하나하나 확인한 후 불을 끄고 열쇠를 잠갔다.

프린스에 올라탔다.

텅!

하루의 끝이었다. 아니 하루의 끝이 아닐지도 몰랐다. 느릿하게 운전하는 문수. 모델하우스 뒤편으로 나름 휘황한 불빛이 반짝거렸다. 고깃집에, 노래방에 이런저런 가게들이 눈에 들어왔고, 불황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가득 차 있었다.

‘이게 삶일까?’

그는 운전을 하면서 생각했다. 사방에서 빵빵거리는 차 소리가 들린다. 운전을 안 할 때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짓고 있다가도 운전대를 잡는 순간 미친 개로 돌변하는 사람들이 육두문자를 날리며 서로 삿대질하고 크락션을 시끄럽게 울려댔다.

그러거나 말거나 문수는 느릿하게 운전했다. 우물은 아쉬운 놈이 파는 거지 아쉬운 게 하나도 없는 사람이 파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 그리고 그 따위 소소한 다툼에 끼어들 정도로 자신은 한가하지 않았다.

그렇게 집에 도착한 문수는 어머니한테 인사를 하고 컴퓨터에 앉았다. 아파트는 복도식에 북향이라 그런지 후덥지근함이 훅하니 밀려들어 왔다. 그에 문수는 스스로의 체온을 떨어뜨렸다. 입에서 김이 날 정도로.

갑작스러운 체온 저하는 분명 문제를 발생하게 하지만 문수는 그 모든 상황을 일목요연하게 전혀 무리가 가지 않게 활용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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