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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채치수 댓글 0건 조회 531회 작성일 20-11-03 07:06본문
“사존님......”
“네가 성년이 되면 모든 내력을 알게 될 것이다. 그때까지는 방장님을 비롯한 사존들의 지시를 따르거라.”
만공대사의 준엄한 표정에 용군휘는 잠시 고심하다가 다시 합장을 올렸다.
“사존님, 저는 머리가 아둔해 어려운 절기는 터득하지 못합니다. 소림오권처럼 단순한 무술만 배울 수 있을 뿐입니다. 그런 절기가 있다면 소개해 주십시오.”
“흐음, 어려운 주문이로구나.”
만공대사는 서가의 비급들을 두루 살피면서 나직이 뇌까렸다.
“반야바라밀다심공은 최고의 불문 절기이지만 워낙 심오하고, 나한십팔수는 초식이 현란해 혼자 배우기가 어렵다. 어린 나이에 달마삼검은 너무 벅차며 탄지신통은 높은 내공이 요구되기에 배워도 쓸모가 없구나.”
그러다 그는 서가 아래쪽에서 한 권의 비급을 끄집어냈다.
“그래, 이 무공이라면 네게 적합하겠다.”
용군휘는 몇 쪽 되지 않는 얄팍한 책자를 받아들었다.
익히 들어본 무공이라 용군휘는 감격에 젖었다.
“아, 백보신권 절기로군요?”
“그래, 네가 소림오권을 완벽히 터득했다면 무난히 수련할 수 있을 것이다. 보다시피 구결이 삼십삼절에 불과해 반야심경의 절반에 불과하다. 그 정도는 외울 수 있겠지?”
“예...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럼 백보신권을 배우도록 해라.”
“지금... 말입니까?”
“물론이다. 방장님의 허락 없이 장경각 밖으로 비급을 반출하는 게 금지돼 있다. 노납의 권한은 장경각 내부에만 있으니 이곳에서 읽고 외워야 한다.”
용군휘는 책장을 넘기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제... 제가 기억력이 신통치 않아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저녁 공양 전까지 외워라. 다시는 들어올 수 없으니 네게는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다.”
만공대산의 단호한 어조에 용군휘는 마음을 다잡았다. 어떻게든 비급을 암기하는 것만이 자신을 위해 파격적으로 배려를 해준 사존에 대한 보답이라 생각한 것이다.
“알겠습니다, 사존님.”
“그럼 두 시진 후에 오겠다.”
만공대사는 그를 혼자 남겨둔 채 장경각을 나갔다.
“후우, 고작 두 시진이라니.”
바닥에 앉은 용군휘는 백보신권 비급에 정신을 집중했다.
그가 반야심경 한편을 암송하는 데만도 열흘이나 걸린 것을 감안한다면 삼십삼절의 구결을 짧은 시간에 암기하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모르는 글자까지 있어 머리에 담아두기가 쉽지 않았다.
그는 아는 글자 위주로 기억한 후 모르는 글자는 그 형상을 통째로 뇌리에 새겨두었다.
장경각 내에서 두 시진.
그것은 그가 십삼 성상을 살아오면서 가장 힘겹고도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다 외웠느냐?”
만공대사의 마른 음성에 용군휘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그는 다소 울상이 되었다.
“사존님, 벌써... 두 시진이 지났습니까?”
“그래.”
“죄송합니다. 아직... 다 외우지 못했습니다.”
“글귀에 너무 연연할 것 없다.”
만공대사는 백보신권 비급을 받아들고 본래의 자리에 꽂아다.
“이제 나가 보아라.”
“예, 사존님.”
용군휘는 만공대사를 향해 배례를 올렸다.
“부족한 제자에게 이런 불연을 내려주셔서 감격할 따름입니다, 사존님.”
“주방에는 네가 장경각 숙소를 청소하느라 늦을 것이라고 말해 두었다.”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용군휘는 다시 합장을 올리고는 장경각 입구로 향했다. 한데 그의 등 뒤로 만공대사의 나직한 음성이 들려왔다.
“오늘의 일은 너만 알고 있어라, 군휘야. 늙은 사형으로서 막내 사제에게 베푸는 마지막 배려이니까.”
용군휘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만공대사의 몇 마디가 그의 고막에 천둥처럼 울려 퍼진 것이다.
‘사제......? 사존님께서 날 보고 사제라고?’
제 2장. 묘회(廟會)에서 만난 소녀
두둥... 두두둥......!
야밤에 들려오는 북소리에 요사채의 일반 승려들뿐 아니라 각 전각의 대다수 승려들이 놀라 잠에서 깨어났다.
때는 자시를 조금 넘겼기에 용맹정진을 하는 선방의 선승들을 제외하면 모두가 깊이 잠든 시각이다. 이런 야심한 시각에 고루에서 북이 울렸다는 것은 긴급한 상황임을 의미한다.
다행히 비상사태는 아니다.
극히 드물지만 야밤에 종각에서 대종이 울려 퍼지면 그것은 외부의 침입을 의미한다. 그런 비상사태는 소림의 천년 역사상 다섯 번에 불과했다.
행자들도 하나 둘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걸쳐 입었다.
“아함, 대체 무슨 일이지?”
“이 시각에 북이 울릴 때도 있었나?”
“잠든 지 얼마나 됐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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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존님, 저는 머리가 아둔해 어려운 절기는 터득하지 못합니다. 소림오권처럼 단순한 무술만 배울 수 있을 뿐입니다. 그런 절기가 있다면 소개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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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그는 서가 아래쪽에서 한 권의 비급을 끄집어냈다.
“그래, 이 무공이라면 네게 적합하겠다.”
용군휘는 몇 쪽 되지 않는 얄팍한 책자를 받아들었다.
익히 들어본 무공이라 용군휘는 감격에 젖었다.
“아, 백보신권 절기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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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가능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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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말입니까?”
“물론이다. 방장님의 허락 없이 장경각 밖으로 비급을 반출하는 게 금지돼 있다. 노납의 권한은 장경각 내부에만 있으니 이곳에서 읽고 외워야 한다.”
용군휘는 책장을 넘기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제... 제가 기억력이 신통치 않아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저녁 공양 전까지 외워라. 다시는 들어올 수 없으니 네게는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다.”
만공대산의 단호한 어조에 용군휘는 마음을 다잡았다. 어떻게든 비급을 암기하는 것만이 자신을 위해 파격적으로 배려를 해준 사존에 대한 보답이라 생각한 것이다.
“알겠습니다, 사존님.”
“그럼 두 시진 후에 오겠다.”
만공대사는 그를 혼자 남겨둔 채 장경각을 나갔다.
“후우, 고작 두 시진이라니.”
바닥에 앉은 용군휘는 백보신권 비급에 정신을 집중했다.
그가 반야심경 한편을 암송하는 데만도 열흘이나 걸린 것을 감안한다면 삼십삼절의 구결을 짧은 시간에 암기하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모르는 글자까지 있어 머리에 담아두기가 쉽지 않았다.
그는 아는 글자 위주로 기억한 후 모르는 글자는 그 형상을 통째로 뇌리에 새겨두었다.
장경각 내에서 두 시진.
그것은 그가 십삼 성상을 살아오면서 가장 힘겹고도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다 외웠느냐?”
만공대사의 마른 음성에 용군휘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그는 다소 울상이 되었다.
“사존님, 벌써... 두 시진이 지났습니까?”
“그래.”
“죄송합니다. 아직... 다 외우지 못했습니다.”
“글귀에 너무 연연할 것 없다.”
만공대사는 백보신권 비급을 받아들고 본래의 자리에 꽂아다.
“이제 나가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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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비상사태는 아니다.
극히 드물지만 야밤에 종각에서 대종이 울려 퍼지면 그것은 외부의 침입을 의미한다. 그런 비상사태는 소림의 천년 역사상 다섯 번에 불과했다.
행자들도 하나 둘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걸쳐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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