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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채치수 댓글 0건 조회 510회 작성일 20-10-26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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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육방은 속가제자들의 무술 수련을 위해 별도로 세워진 무술교습소다. 이는 소림의 정식 제자가 될 수 없는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배려해 선대의 고승 삼덕의 제안으로 마련되었다.

수계식을 치르지 못한 행자들은 아직 소림의 제자가 아니기에 역시 삼십육방에서 무술을 배워야 한다. 물론 소림의 제자들 모두가 뛰어난 무술을 터득한 무승은 아니다.

소림의 무술은 나한전과 달마원에서 대부분 가르치며, 수련 과정을 마친 무승들만 장경각과 호법원, 관음전 등으로 배치된다.



“백룡회수--용기횡강!”

무술 사범격인 상좌승들의 구령에 맞춰 십여 명이 권법을 수련하고 있었다.

소림오권 중 하나인 용권연신(龍拳練神)이었다.

소림오권은 용, 뱀, 학, 표범, 호랑이 등 다섯 마리 짐승의 습성과 동작을 본떠 창안된 권법으로, 본래는 정기와 근력을 단련하기 위한 의도로 만들어졌었다. 그러다보니 민간에도 널리 보급돼 웬만한 건달들도 소림오권을 흉내 낼 수 있을 만큼 대중적인 무술이 되었다.

“반룡탐조--유룡퇴보!”

현자 항렬의 무승들은 제자들 사이를 다니며 잘못된 자세를 교정해 주었다.

용군휘는 여덟 살 때부터 소림오권을 수련했으니 벌써 오 년 째 소림오권을 배우는 중이었다. 사실 소림오권은 지극히 단조로운 무술이라 오 년이 아니라 닷새면 터득할 수 있고 다섯 달이면 능숙하게 구사할 수 있다.

삼십육방 제자들에게 있어 소림오권은 그저 몸 풀기 동작에 불과해 이 과정이 끝나면 배산장이나 금강권 등으로 넘어간다.

한데 용군휘는 여전히 신입 제자들과 함께 소림오권만 수련하고 있었다. 그는 조금이라도 복잡한 권법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기에 오로지 소림오권만 익힐 뿐 다른 무공은 배울 생각도 하지 않았다.

삼십육방 무승들로서는 그의 더딘 진보가 짜증스러웠지만 나한전 당주인 정원대사의 지시 때문에 혼낼 수도 없었다.



“소림의 제자로서 반야심경과 소림오권만 알고 있다는 게 흉이 될 수 없다. 반야심경 한 줄만 진심으로 깨우쳐도 성불할 수 있으며, 소림오권을 노화순청이 경지에 이르면 그 또한 절기가 될 수 있다. 용군휘 행자의 진보가 더딘 것은 그의 오성과 자질이 미흡해서가 아니라 욕심이 없기 때문이니 이를 문제 삼지 마라.”



정원대사는 나한전 주지의 직계 제자이기에 웬만한 전각의 주지와 버금갈 상당한 신분이다.

그가 이렇듯 용군휘를 비호하는 연유는 그가 갓난아이가 때 소림으로 입문한 용군휘를 직접 키웠기 때문이다. 속세의 인연으로 본다면 양아버지와 다를 바 없으니 그가 용군휘를 배려하는 것은 당연한 처사일 수 있었다.

그러나 칠 년에 걸친 행자 생활 동안 고작 반야심경 한 편만 암송할 수 있고, 무술은 소림오권만 구사할 수 있다는 것은 소림의 제자로서 명백한 수치다.

한 번은 계율원 승려들이 용군휘의 우매함을 질타하는 탄원서를 방장에서 올린 적이 있었다. 그동안의 관례를 들어 용군휘의 행자 자격을 박탈하고 소림에서 축출해야 한다는 탄원서였다.

한데 소림 방장은 결정을 유보하다는 답변으로 탄원서를 반려했다. 이 사건은 소림 내에서 한동안 논란이 되었다.

용군휘에 대한 지나친 배려로 인해 행자들을 가르치는 데 있어 형평성을 잃었다는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여러 전각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소림 방장은 선문답을 내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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