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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은 얼굴이 새하얘진 채로 엉덩이를 뒤로 뺐다. 작고 조밀한 비늘 사이로 번들거리는 검은 눈이 그녀를 따라 움직였다.

쉿쉿 소리를 내며 날름거리는 혀를 보니 손끝부터 목덜미까지 소름이 기어올라 왔다.

도망칠까? 아니지, 도망치기 전에 물릴 거야. 무기부터 찾자. 그래, 뱀이 달려들면 주둥이에 나무를 끼우고 후려쳐서…….

“뭘 그렇게 찾아?”

“네? 아뇨. 마, 말…….”

어디 막대기 같은 거라도 없나 둘러보던 하은이 깜짝 놀라 반사적으로 답했다.

“말하는 거? 아까도 봤잖아.”

“그거야 꿈인 줄 알았으니까…….”

“이봐, 꿈이라니. 보다시피 나는 용이고, 여긴 멀쩡한 현실이야.”

뱀은 혀를 날름거리면서도 말은 따박따박 잘도 내뱉었다. 중간에 이상한 단어를 들은 것 같지만, 하은의 사고 회로는 그전부터 멈춰 있었다.

아까 그게 꿈이 아니었어? 하은은 입을 벙긋거리다가 숨을 급하게 들이켰다. 온갖 상황에 대한 대비책은 알고 있어도, 말하는 뱀을 보면 어떻게 하라는 법은 배우지 못했다.

“일단, 저기… 위험하니까 우리 안으…….”

“여기 약 있어. 아프면 챙겨먹어. 요즘 감기 독하다더라.”

“어, 어어… 감사…….”

허둥지둥하는 하은과는 반대로, 뱀은 태연하게 꼬리로 약봉지를 감아서 건넸다.

하은은 얼결에 그 약봉지를 받아 들다가, 바로 앞에서 날름거리는 붉은 혓바닥을 보고 다시금 놀라 뒤로 물러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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