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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저 얼음 마녀.”

안쪽에서 곤란하다는 듯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렸다.

하은은 손을 들어 문을 살며시 밀어보았다, 누구든 동물원 관계자라면 인사라도 할 생각으로.
“이곳 음식이 마땅찮아서 금방 소화돼 버린단 말입니다. 이젠 밀가루 말고 다른 걸 먹고 싶슴다.”

“원숭이들 좀 닦달해 봐. 누가 아나, 나가서 뭐라도 훔쳐올지.”

“저희는 이 동물원을 나가지도 못 하잖슴까.”

곰이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더욱 시무룩해졌다. 그를 보는 뱀은 그렇게 덩칫값을 못해서 어쩌냐며 혀를 츳츳 차고 있었다.

곰이 말을 한다, 뱀한테 구박당한다…….

게다가 저렇게 큰 곰이라니, 말도 안 돼. 조금 전에 우리를 둘러볼 때에는 분명 인형으로 착각할 정도로 작은 아기 곰이었는데, 저 중년 뺨치는 목소리와 몸집은 대체 뭐야…….

눈앞이 순식간에 시커메졌다. 쿵! 둔탁한 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어라? 쓰러졌슴다. 어디 아픈 걸까요?”

“네가 갑자기 나타나는 바람에 놀라서 기절한 거잖아, 미련한 곰탱아.”

혀를 츠츠 차는 소리가 그녀를 향해 다가왔다. 일단 침대로 옮길 생각인지 꼬리가 손목에 휘리릭 감겼다. 파충류 특유의 서느런 감촉 때문에 닭살이 오소소 돋았다.

말도 안 돼. 이건 꿈이야. 그래, 꽤 현실감 넘치는 꿈.

정신이 어질해졌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목격하니 약기운이 한꺼번에 올라오는 듯했다.

하은은 자신이 정말로, 진짜, 남들과 별다른 점 없는 평범한 대학생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적어도 이 수상한 동물원에 취직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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