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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충류를 특별히 무서워하는 건 아니지만, 길이가 3미터쯤 되는 거대한 뱀을 보고도 냉정을 유지할 순 없었다. 슬쩍 보니 몸 두께도 팔뚝만 했다.

예전에 어떤 영화에서 아나콘다가 사람을 통째로 집어삼키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저, 저 뱀이 덤벼들면 어떻게 해야 하지? 맨손으로 반항해 봐야 턱도 없을 것 같은데.

하은이 질겁한 채 새파래져 있자 뱀이 불쾌한 듯 눈을 좁혔다.

“얘 봐, 얘 봐. 난 너 같은 거 건드릴 생각 없어.”

“그, 그걸 어떻게 믿어요…….”

아직도 하은의 머릿속엔 영화 속 한 장면이 동동 떠다니고 있었다.

뱀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겁먹을 필요 없다니까. 널 여기 데려오느라 얼마나 힘들었는데, 그게 고작 잡아먹기 위해서겠어?”

“데려… 와요?”

하은이 약봉지를 마치 제 구명줄처럼 꼭 잡고 눈을 크게 떴다. 뱀이 귀찮다는 듯 꼬리를 휘휘 저었다.

“자세한 설명은 나중에 하고, 사람들이 없을 때는 전부 자유롭게 지내기로 했으니 익숙해지는 게 좋을 거야. 우릴 볼 때마다 그렇게 겁에 질리면 피곤하니까.”

뱀이 정말 번거롭다는 듯 말하고 물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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