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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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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민수 댓글 0건 조회 675회 작성일 19-08-06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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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알고 있었다. 그가 그렇게 ‘조용한 심심풀이’(손가락으로 구레나룻 만지기)에 빠져들 땐 그에게서 희망을 걸 수 없다는 사 실을 말이다. “네 누난 말이다. 지휘자란다.  암(그럼),  지휘자이고말고.”
“그게 뭔데?” 나는 그를 궁지에 몰아넣을 수도 있겠다는 약간의 희망을 안고 그렇게 질문한 것이었다. 하지만 조는 내 기대와 다르게 자신이 사용한 단어에 대한 정의를 내릴 준비가 이미 되어 있었다. 그리고 순환논법을 사용해 나를 완전히 좌절시키고 말았다. 그가 내게 시선을 고정시킨 채 이렇게 대답했기 때문이다. “네 누나지.”
“그리고 나는 지휘자가 아니란다.” 조(주인공의 매형)가 내게서 시선을 풀고 손가락으로 구레나룻을 꼼지락거리며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물론 소곤거리면서 말이다. 조가 말했다. “그리고 최후에는, 핍, 나는 이 얘기를 아주 심각하게 네게 들려주고 싶구나, 이 친구야. 난 불쌍하고 가엾은 엄마의 모습을 어릴 적부터 너무 많이 보며자랐단다. 그녀는 널 힘들고  단조롭고  노예처럼  혹사당했어.  그녀의  정직한  영혼은 널 짓밟혀야했어. 인간으로서의 생애동안 단 한 번도 평화가 그녀에게 찾아온 적은 없었단다. 그래서 난 여성에게 올바른 행동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잘못을 행하는 것을 끔찍이도 두려워하게 되었단다. 그리고 다른 방식으로 잘못을 하는 것이 둘 중 훨씬 더 낫겠다고 생각했지. 다른 방식이란 나를 좀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었어. 불편해지는 게 나 혼자이길 바랬는데, 핍. 회초리가 너를 때리지 않기를 바랐단다, 이 친 구야. 너 대신 내가 그 회초리들을 다 맞을 수만 있다면 하구 말이지. 하지만 이것이 또 회초리에 담긴 의미 아니겠니. 위로 가고  아래로  가고 똑바로 가고 하면서 말이다, 핍. 네가 잘못된 것들을 못 본 체하길 바라.”
그때 난 아직 어렸다. 하지만 내가 조를 다시 바라보게 되고 그의 인성에 감탄하게 된 것은 그 날 밤부터였다. 우리는 나중에도, 그 이전  에 그랬던 것처럼, 서로가 서로에게 대등한 존재였다(‘어리숙한 매형’ 과 주인공은 부담 없이 반말하는 사이였다). 하지만 이후 조용한 때 내가 조를 바라보며 앉아 그의 인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때면, 나는 내 마음 깊숙한 곳에서부터 그에 대한 존경심이 다시 솟아나는 것을 새롭게 자각(의식)할 수 있었다. 그건 매번 새로운 느낌이었다.
“그건 그렇고,” 조가 난로에 석탄을 좀 더 넣으려고 일어서며 말했다. “여기  ‘네덜란드 시계’(서양영화에서 자주 보이는 벽시계)가 8시를 칠 수 있을 때까지 새빠지게 돌아가고  있구먼, 네 누난 왜 아직도 집에 돌아오지 않는 거냐! ‘펌블추크 삼촌’(능글맞은  잡곡상)의  암말이 얼음 조각 위에 발을 잘못 놓다 넘어진 건 아닌지 걱정이네.”
‘조 부인’(주인공의 친누나, 20살차이)은 장이 서는 날이면 펌블추크 삼촌이란 이따금씩 여행을 다녀오곤 했다. 펌블추크 씨가 집에 쓸 물 건이나 상품들을 사려갈 때가 있었는데 그럴 때면 여성의 안목이 필요 했기 때문이다.
펌블추크 삼촌은 미혼이었다(결혼 안함). 그리고 자기 집 하인들에겐 전혀 희망(신뢰)를 걸지 않았다. 이런 저런 이유들과 그 날이 마침 장이 서는 날이라는 사실이 조 부인의 이러한 짧은 외출의 사유들 중 하 나였다.
조(주인공의 매형)는 난로 불을 살려놓곤 주변 바닥을 쓸었다. 그런 다음 우리는 문으로 나아가서 ‘2륜 경마차’(바퀴 두 개) 소리가 들리는지 귀를 기울여보았다. 그 날은 건조하고 추운 어느 날 밤이었다. 바람이 날카롭게 불고 있었고, 오늘 내린 하얀 서리는 단단해져 있었다. 만약 이런 날씨에 늪지대 위에 누워있었다면 죽었을 것이다, 오늘 밤에 말이다. 물론 그건 내  생각이었다.
그런 다음 난 별들을 올려다보았다. 만약 추위에 지쳐 죽어가던 ‘사 나이’(소설 앞부분에 나왔던 죄수)가 마침 밤하늘로 얼굴을 돌렸을 때 이토록 화려하게 반짝거리는 이 수많은 대중(별)들 속에서 어떠한 희망도 어떠한 동정도 발견하지 못한다면 이 얼마나 끔직한 일일까를 생 각하며 난 밤하늘의 별들을 올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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