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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고 싶지 않다.

하지만 들어야 한다. 연우 역시 백승혁처럼 깊은 외로움을 가지고 있기에……. 자신이 다른 누군가에게 자신의 외로움을 꺼내 놓지 못했던 것처럼 백승혁도 그랬을 것이다.

그래서 들어 줘야 한다. 자신이 아니면 백승혁은 다른 누구에게도 이 외로움을 말하지 못하리라.

“비가 많이 왔어. 주현이를 기다리고 있는데 전화가 오더라. 모르는 번호였어. 직업 때문에 이상한 전화가 하도 많이 오는 편이라 받지 않으려 했어. 그런데 뭔가에 홀린 듯 전화를 받았어. 병원에서 온 전화였어. 집사람하고 우리 주현이가 빗길에 차가 미끄러져서 죽었다고 하더라.”

떨림도 없었고, 감정이 격앙되지도 않는다. 너무 아픈 이야기를 담담하게 할 뿐이다. 그래서 더 가슴이 아프다. 연우가 대신 울어 준다. 백승혁이 느꼈던 슬픔, 지금까지 살아오며 안고 있는 외로움의 무게를 공감하기 때문이다.

“전…….”

연우가 이야기를 시작한다.

백승혁이 연우의 이야기를 들으며 눈물을 흘린다. 자신의 슬픔을 말할 때는 너무나도 담담했던 그가 연우의 이야기를 듣고 눈물을 흘린다.

둘은 또 그렇게 울며 소주를 마셨다.

술잔에 떨어지는 것이 추운 겨울밤의 시린 달빛일까 눈물일까?

“하하, 내가 그때 이렇게 얘기했어. 그냥 똥을 싸.”

“하하하하. 완전 민망했겠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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