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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은행으로요.”

“예!”

나이 지긋한 운전기사는 룸미러로 문수를 흘깃 본 후 아무 말없이 운전을 했다.

라디오에서는 오래된 팝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과거였다면 전혀 해석이 안 될 팝송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 문수에게는 마치 모국어처럼 다가오고 있었다. 신기하게도 그 팝송 안에 들어 있는 특유한 정서까지 느껴지고 있었다. 마치 원어민처럼.

잠시 눈을 감고 있던 문수가 눈을 떴을 때 택시가 조금은 거칠게 멈춰 섰다. 문수는 택시 미터기를 보고 싸구려 얇은 지갑 안에서 만 원짜리 한 장을 꺼냈다.

“잔돈은 됐습니다.”

“예에, 고맙습니다. 즐거운 시간되세요.”

탁!

문을 닫고 나온 문수는 은행으로 들어갔다. 은행 안은 한산했다. 북적북적하던 예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 여기저기에서 한탄으로 찌든 한숨이 흘러나오기도 했고, 그들을 상대하는 은행원들 역시 마음이 그리 좋지 않은지 하나같이 안색이 어두웠다.

문수는 통장과 도장을 들고 전표를 써서 은행원에게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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