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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미우 댓글 0건 조회 354회 작성일 20-06-0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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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저 얼음 마녀.”

안쪽에서 곤란하다는 듯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렸다.

하은은 손을 들어 문을 살며시 밀어보았다, 누구든 동물원 관계자라면 인사라도 할 생각으로.

“실례합니다. 저, 오늘 온 사육사 강하은이라고 하는데요…….”

하은은 말끝을 흐리며 방 안을 훑었다. 노을빛이 가득 들어찬 방 안에선 사람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상하다. 아까 분명 목소리가 들렸는데?

“내가 잘못 들었나?”

작게 읊조리며 시선을 옮긴 순간이었다. 허공에 둥둥 떠 있는 한 쌍의 눈과 마주쳤다.

하은은 그대로 모든 움직임을 멈췄다. 왜냐하면 그 눈의 소유자는 사람이 아니라,

“어? 너?”

뱀이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허공에 둥둥 떠 있는 뱀.

뭐, 뭐야. 저거.

“안녕? 오랜만이네. 그동안 잘 지냈지?”

뱀은 반갑다는 듯 꼬리를 살랑거렸다.

“나는 그대론데 넌 많이 변했다.”

뱀은 왠지 모르게 아련한 눈으로 하은을 응시했다. 세상에,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하은은 완전히 충격에 빠진 상태로 덜덜 떨리는 손을 들었다.

“뱀이 말, 말을…….”

“맞다. 이거 들키면 안 되는 건데. 실수했다.”

하은이 입을 헤 벌리고 말을 더듬거리자 뱀이 아차하며 꼬리로 입을 막았다. 뱀이 말을 하면 할수록, 인간답게 행동할수록 충격은 더해지고 있었다.

“이거 못 본 걸로 해주면 안 되겠니? 안 되겠지?”

요리조리 눈동자를 굴리던 뱀은 한 번만 봐주면 안 되겠냐는 듯 실눈을 뜨고 은근히 애교를 부렸다.

하은은 낯설고 어두운 골목길에서 갑자기 그림자가 튀어나오는 걸 봤을 때보다 더 크게 놀랐다.

뭐야. 뭐지, 이 상황. 내가 정신이 나간 건가? 며칠 전부터 감기 기운이 좀 있는 것 같더니, 헛것을 보는 건가? 아니면 꿈이라도 꾸고 있는 건가?

그때였다. 쿵, 쿵, 쿵. 건물을 흔들 정도로 엄청난 발자국 소리가 가까워지더니 갈색 앞발이 창문을 턱 짚었다.

쑤욱, 창밖에서 얼굴을 들이민 건 다름 아닌 곰이었다. 그것도 건물 2층을 들여다볼 정도로 큰 곰.

“하넬님, 저희 대체 식사는 언제 하는 겁니까? 점심을 그렇게 적게 줬으면 저녁이라도 푸짐하게 주십쇼.”

“시끄러워, 넌 하루 종일 퍼질러 잤으면서 그런 말이 나오냐?”

뱀이 마땅찮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거친 일갈에 곰이 잔뜩 기가 죽어서 어깨를 늘어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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