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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오지명 댓글 0건 조회 469회 작성일 20-07-06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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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는 그저 사육사 아르바이트를 하러 왔을 뿐이라고 항변하려던 하은은 찔끔 입을 다물었다. 저게 대체 위협인지, 부탁인지.

“누굴 찾고 싶은 건데요? 일단 듣기나 해보죠.”

하은이 목구멍에서 쥐어짜 내는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 도와주고 싶지 않다, 싫어 죽겠는데 티내면 뱀이 콱 물어버릴 것만 같다.

하은이 마지못해 수락하는 걸 눈치채자 뱀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처음 알았다, 뱀에게 표정이 있다는 것과 그게 얄미울 수 있다는 것을.

저 뱀, 일부러 저러는 거다.

“우리들의 왕비.”

“…….”

“우리는 오래전에 사라진 왕비님을 찾으러 다니고 있어. 소개가 늦었군. 우리들은 이세계에서 온 신수(神獸)들이야. 많이 놀랐지?”

의외의 대답에 하은은 또다시 할 말을 잃었다. 신수라니, 왕비라니. 왕비가 있다면 왕이 있고, 왕이 있다면 그 아래에 신하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동물원은 신수들이 사는 왕국과 같은 곳이라는 건데… 와, 정말 단단히 꿈을 꾸는 거구나, 나.

미간을 좁히는 표정을 다르게 해석한 뱀이 놀라지 말라는 듯 대꾸했다.

“신수라고 해도 별건 없어. 태초에 세계를 창조한 신이 지가 일을 다 해야 하는 게 귀찮아서 우릴 만든 거거든.”

“신… 이라고요?”

“신이라고 대단한 게 있을 것 같지? 절대 아냐. 이 세계 공무원은 무슨 일만 있으면 담당 부서로 연결해 준다지? 딱 그 꼴이야. 옛날부터 신은 귀찮은 일만 있으면 우리부터 찾았거든. 떠넘기려고 말이야.”

하넬은 ‘귀찮아 죽겠네!’라고 대문짝만 하게 쓰인 얼굴로 투덜거리더니, 꼬리로 과자 봉지를 툭 뜯었다.

“저번엔 급하게 우리를 불러내더니, 무슨 부탁을 했는지 알아? 리헤젠에 살고 있는 꼬마 아이가 사탕 먹고 싶다고 매일 밤 귀 아프게 소원을 빌어댄다며 대신 사탕 하나 던져주고 오라는 거 있지. 한낱 꼬마애 하나 때문에 잠을 못 잔댄다, 잠을. 그것도 신이 말이야. 저번엔 웬 고양이 신수 하나가 사라졌다고 찾아오라더니…….”

“신이… 꽤 신경이 예민하신가 봐요.”

“너도 꼭 이루고 싶은 소원 있으면 매일 밤 큰 소리로 중얼거려. 그러면 신이 자고 싶어서라도 이뤄줄 걸?”

“그건 꽤 고급 정보네요. 알려줘서 고마워요.”

“고맙긴. 고 양반은 괴롭힘 좀 당해야 해.”

손을 휘휘 젓는 것처럼 살랑이던 꼬리가 봉지 속 과자 하나를 쏙 집어내어 입으로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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