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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힘과 투지에 경의를 표하지. 함께 죽을 수 있음을 영광으로 여기마.”

누구 놀리나?”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살짝 들고 마왕을 쏘아본 이도경은 이내 다시금 웃었다.

허탈한 웃음이었다.

화낼 기력도 없거니와 의미도 없다. 마왕이나 자신이나 둘 다 곧 죽는 것이다.

“야, 마왕. 뒈지기 전에 한 가지만 물어보자.”

“허가하지. 의문이 있다면 말하라.”

“너넨 왜 심심하면 인간계를 침공하러 기어 나오는 거냐? 그냥 너네 동네에 짱박혀서 살면 서로 평화롭고 좋잖아?”

마왕은 잠시지간 침묵했다.

그의 입에서 대답이 흘러나온 것은 아주 조금 시간이 흐른 뒤였다.

“그곳에 정복이 있기 때문이겠지.”

만날 털리는 주제에.”

“…무례하군. 네놈을 만나기 전까지 짐의 군대는 단 한 번도 지지 않았다.”

“어쨌거나 깨졌잖아. 그럼 네 그릇도 거기까지라는 거야.”

마왕은 입 꼬리를 밀어 올렸다.

“변명은 하지 않겠다. 실제로 짐은 실패했으니까. 네놈의 그 무례한 조롱도 용서하지. 승자인 네게는 그럴 자격이 있다.”

“하하, 사이좋게 엎어져서 죽어가는 와중에 승자 소리 들으니 민망하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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