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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지도 모르겠군.”

둘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웃었다.

그런 와중에도 마왕의 몸은 점점 투명해져가고 있었고, 이도경은 전신의 핏기가 빠져 파리해져가고 있었다.

“조금 더 진실을 말하자면, 마신께서 그것을 원하셨기 때문이다. 마계를 정복한 자는 반드시 하나의 차원을 더 정복하여 스스로 정복자의 자격을 증명한다. 그것이 우리의 율법이다.”

“그럼 실패하면 어떻게 되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겠지. 일만 년 뒤 마물로 돌아가 다시 왕권에 도전하고, 또한 정복할 것이다.  날 가로막지 못할 테지.”

“뭐, 1만 년 뒤의 일 따윈 내 알 바 아니지.”

이도경은 머리를 바닥에 대고 누워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한때 제국의 황궁이었던, 그리고 가장 최근까지는 마왕궁으로서 사용되었던 알데바르힌 궁전의 화려한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대전과 실내 장식들은 거의 다 파괴되었지만 천장의 아름다운 각인들만은 형태가 남아 있었다.

“짐도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다.”

“물어봐. 저승길 선물로 가르쳐주마.”

“아까 부딪쳤을 때, 단편적이지만  영혼과 기억을 엿볼 수 있었다. 넌 이 세계의 인간이 아닌 것 같더군. 맞나?”

“어, 맞아.”

“짐이 마계와 인간계의 경계선을 넘은 것처럼, 너도 다른 세계의 경계를 넘어왔다는 말이겠지?”

“그래. 내가 원해서 온 것은 아니지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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