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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넬님, 뱀이었습니까? 이제까지 몰라 봬서 죄송했습니다.”

줄곧 조용히 있던 까마귀가 처음으로 웃음을 터뜨리며 슬쩍 끼어들었다. 하넬이 날카롭게 좁혀진 동공으로 홱 돌아봤다.

“뱀이라고 부르기만 해봐! 그럼 널 기형 까치라고 불러줄 테니까!”

“까치라뇨, 그들은 신녀(神女)가 아닙니까. 그런 농담은 그녀들에게나 저에게나 실례입니다.”

먹지에 흰 물감 두 방울 떨어뜨린 것 같은 까마귀가 책상 앞으로 휙 올라갔다. 다시 한 번 그 모습을 눈여겨보게 된 하은은 저도 모르게 입을 다물었다.

처음엔 단순한 기형인 줄로만 알았는데, 신이니 용이니 하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걸 보니 그 정체가 슬슬 짐작이 갔다. 다리가 세 개인 까마귀. 설마…….

잠시 머뭇대던 하은이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저기, 혹시 그쪽은 삼족오(三足烏)…….”

“예, 인사가 늦었군요. 아르한이라고 합니다.”

아르한이 머리를 숙이며 예를 갖추자 하은도 얼결에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진짜 삼족오라니, 믿을 수가 없었다. 고대 신화 속 삼족오는, 태양 안에 산다는 세 발 달린 상상의 동물이다.

태양을 옮겨 하늘을 통과하게 해주는 신비한 동물. 그런 존재를 바로 앞에서 보게 된 것이다.

“다시 한 번 잘 부탁드립니다. 하루 속히 그분을 찾아주시길.”

아르한이 말하는 ‘그분’이 그들의 왕비라는 걸 떠올린 하은이 작게 아, 하고 탄성을 내뱉었다.

“그런데 그 왕비님 말인데요. 아까부터 궁금했는데, 왜 저만이 그분을 찾을 수 있다는 건가요?”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 하은은 20년 이상 살아오면서 신수의 ‘ㅅ’ 자도 구경해 보지 못했으며, 오늘이 아니었다면 평생 모르고 살았을 수도 있다.

신수의 왕비가 있었다는 것도, 사라졌다는 것도 몰랐는데 무슨 수로 그녀를 찾는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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