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공실이 난무하는 라페스타 상가에 크리스마스 트리만 쓸쓸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 강태민 기자
2003년 개장하고 고양시를 대표하는 상권으로 불렸던 라페스타. 지난 4월에 땅집고가 이미 한 차례 상권 점검으로 찾은 곳이다. 현재는 상가가 들어서 있는 스트리트형 1층 매장 세 곳 가운데 한 곳이 빈 점포다. 의류 판매 점포는 문을 닫은 곳이 대다수다. 권리금이 없다는 현수막이 붙은 점포도 여럿 보였다. 사람 없는 텅 빈 상가 거리에 크리스마스 트리만 쓸쓸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고양시 일산동구 라페스타를 비롯해 웨스턴돔, 일산서구 가로수길 상권 등 고양시 일산 대형 스트리트 상가 전체가 공실 지옥이 되고 있다.
■ 화려했던 과거, 2년째 ‘권리금 제로’, 공실 폭탄 속 관리비만 상승
고양시 일산동구에 있는 라페스타는 2003년 개장했습니다. 준공20년차 상가다. 총 길이 약 325m, 폭 26m 거리에 A·B·C·D·E·F동 6개 건물이 서로 연결돼 있다. 양쪽 각 3개씩 상가건물이 마주보고 있는 구조다. 이 상가 상인들은 공실이 고착화 돼 들어오는 점포보다 나가는 점포가 더 많다고 전했다.
[땅집고] 일산 라페스타 메인 거리에 있는 공실 상가. / 강태민 기자
일산 동구 라페스타 한 상인은 “코로나 때나 IMF 때도 장사는 잘 됐다”며 “상가 권리금이 1억, 1억 5000만원 그리고 뒤 쪽이 권리금이 2000만~3000만원이었는데, 지금은 앞에 제일 중요한 통로도 권리금이 없고, 보증금을 까먹은 사람도 많은 상황”이라고 했다.
상인들은 상가가 노후화하면서 들어가는 관리비가 늘어난 점도 공실이 해소되지 않는 원인으로 꼽았다. 실평수 24평 점포가 한 달에 내는 관리비는 44만원에 달한다. 일산동구 라페스타에서 개장부터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는 상인은 “라페스타는 지은 지 20년이 넘어 노후화 돼 신축 건물에 비해 관리비가 비쌀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상가가 비어 있어도 기본적으로 운영해야 하는 인원이 있기 때문에 난방이나 냉방을 하면 관리비가 40만~50만원 정도 나온다”고 했다.
■ “날이 추워도, 더워도 사람이 없어요”…공실 무덤된 ‘일산 가로수길’ 상권
[땅집고] 일산 가로수길 상가에 공실이 줄줄이 이어져 있다. / 강태민 기자
2017년 준공한 일산서구 대표 스트리트형 상가인 ‘가로수길 상가’도 공실 폭탄을 맞은 건 마찬가지다. 가로수길 상가는 제2의 신사동 가로수길을 표방하며 유럽풍 스트리트 테마로 지어졌다. 연면적 3만여 평, 상가 직선 길이만 270m에 달하는 대규모 상업시설이다.
하지만 1층 스트리트형 상가 절반 이상이 빈 점포로 남아 있다. 불과 3개월 전 땅집고가 가로수길 상권을 찾았을 때 있던 음식점, 카페, 부동산이 다른 점포로 바뀌거나 공실로 남은 상황도 확인할 수 있었다. 고양시 일산서구 가로수길 상인은 “계속 사람이 없다보니 요새는 점포를 나가시는 분들이 더 많다”며 “여기가 날씨 영향을 많이 받아서 비가 와도 사람이 없고 추워도 사람이 없고, 여름도 너무 더우니까 사람 없다”고 전했다.
■ “신도시 옆 또 신도시 상가 개발, 소비자 외면 받는 스트리트몰”
전문가들은 고양시 일산 주변에 있는 여러 신도시를 중심으로 신생 상권이 함께 생기고 있는 점이 일산 구도심 상권이 몰락하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스타필드고양, 파주 야당·운정 등이 개발되면서 구도심 상권인 라페스타와 웨스턴돔, 가로수길 상권을 찾는 일산·김포·파주 시민들이 크게 줄었다.
게다가 실외형 스트리트형 상가는 날씨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라페스타는 실평수 15평 이상인 중대형 평형 위주로 조성돼 작은 카페나 의류 판매점이 들어서기도 힘들다. 큰 평수를 쓰자니 임대료 부담도 커질 수 밖에 없다. 외부 스트리트에 노출되지 않는 내부 상가는 소비자들이 쉽게 찾을 수도 없다.
김영갑 KYG상권분석연구원 교수는 “1기 신도시 안에서 또 신도시 같은 형태의 어떤 개발이 일어나면서 일산 주변이 계속 개발되고 있다”며 “대형 쇼핑 센터들도 계속 생기고 그 주변으로 개발이 되다 보니 일산이 구도심이 돼버린 격”이라고 했다.
이어 “소비자들이 올 확률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상황인데 새로운 상권까지 계속 생기니까 일산 상권이 더 낙후가 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상가를 스트리트 형으로 만들어 층수가 지상 1,2층으로 한정돼 상가에 들어올 업종이 제한되는 점도 공실률이 높은 원인으로 지목했다.
[땅집고] 스타필드 고양 전경. /강태민 기자
전문가들은 상권을 ‘제로섬 게임’이라고 설명한다. 신생 대형 상권이 생기면 소비자들은 새로운 상권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있다. 새로운 업종이나 새로운 브랜드를 구경하고 소비하기 위해서다. 고양시 일산의 경우 ‘스타필드’라는 신생 상권으로 유동 인구가 몰리면서 기존 상권으로 향하는 소비자의 동선 자체가 분산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존 대형 상권이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 수 있는 개성을 갖춘다거나 임대료를 대폭 낮춰 임차인을 찾는 등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공실 해소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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