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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임시 대피소인 예천군 문화체육센터에서 만난 감천면 이장 이모씨(62)는 집중 호우가 쏟아진 15일 오전 3시쯤 인삼밭을 살피러 나섰다. 이씨의 아내인 전모씨(61)는 남편이 놓고 간 휴대전화를 챙겨주기 위해 집 밖으로 나왔다.
이씨는 "집사람이 나오자마자 벼락이 치면서 쩍 소리가 났다"며 "집사람은 집에 얼른 들어가자고 했는데 느낌이 안 좋아서 손을 잡고 나서자마자 1분도 안 되는 찰나에 산더미가 막 무너져 바위며 집채만 한 돌이며 막 굴러 내려왔다"고 급박했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씨는 집을 빠져나올 당시 신었던 장화를 그대로 신고 있었다.
울산에서 일하던 이씨는 7년 전 이곳에 터를 잡고 인삼·사과·고추 등을 기르며 여생을 보내려 했다. 이씨는 아내와 함께 목숨을 구해 다행이라면서도 집과 1만5000평에 달하는 논과 밭이 쓸려내려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 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예천군 상리면에 거주하는 또 다른 60대 부부는 안타깝게도 생사가 엇갈렸다.
남편 C씨는 지난 15일 오전 4시30쯤 컴퓨터가 켜지지 않아 전기를 확인하려고 집밖으로 나왔다. 그 순간 흙더미가 덮쳤고 함께 쓸려내려오던 나뭇가지에 튕겨져 나갔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 역시 꼼짝없이 흙더미에 깔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집에서 잠을 자고 있던 아내인 D씨(69)는 끝내 숨졌다.
예천 한 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이들의 유가족은 "완전 찰나에 아름드리나무가 굴러내려 오고 흙더미가 덮쳤다"며 "동네 사람들을 불러 같이 흙을 파내 처남댁을 끄집어내 아랫동네까지 들쳐업고 119차에 태워 옮겼지만 이미 돌아가신 뒤였다"고 말했다.
이들 부부 역시 예천 토박이는 아니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서 살던 이들은 5년 전에 귀촌했다.
Ktiger@news1.kr
http://v.daum.net/v/20230716155048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