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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태안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15분경 태안군의 한 주택가에서 남편 A 씨(45)와 아내 B 씨(38), 8세 딸이 숨져 있는 것을 경찰이 발견했다. 경찰은 이날 A 씨 모친으로부터 “아침에 일어나 보니 함께 잠들었던 가족들이 사라졌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집 앞에 있는 차량 안에서 A 씨 일가족을 발견했다.
● “기부까지 했던 가장” 지인들 충격
차량 안에서는 극단적 선택을 한 흔적과 A5용지 크기의 노트에 부부가 각각 쓴 2쪽 분량의 유서도 발견됐다. 남편 A 씨가 작성한 유서에는 “딸이 병 때문에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 너무 마음이 아프다. 경제적인 어려움도 크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내 B 씨는 친정 식구들에게 “언니들에게 미안하다. 빨리 잊어달라. 장례는 우리 세 가족 합동장으로 부탁한다” 등의 내용을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A 씨 부부는 직장에서 퇴직한 뒤 2022년부터 최근까지 PC방을 운영해 왔다고 한다
사고 소식을 접한 지인들은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평소 쾌활한 성격이었던 A 씨가 봉사 활동뿐만 아니라 기부도 하며 주변을 잘 챙겨 왔기 때문이다. A 씨의 한 지인은 “자율방범대 소속으로 봉사 활동을 해왔던 A 씨는 지난해 말 대원들과 함께 성금 300만 원을 지역 면사무소에 기부하기도 했다”며 “항상 웃음을 잃지 않았는데 경제적으로 어려웠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A 씨의 다른 지인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A 씨 딸이 자주 아팠는데 8개월 전쯤 소아당뇨 진단을 받아 A 씨 부부가 많이 힘들어했다”면서 “수도권에 있는 병원을 정기적으로 다녔는데 한 달에 몇백만 원씩 들어간다는 얘기도 들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전문가들은 소아당뇨를 앓는 아동에 대한 지원 부족 등 구조적 문제가 겹치며 일어난 비극적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소아당뇨 환자는 매일 인슐린 투약을 위해 주사를 맞아야 한다. 유치원이나 초중고 보건교사가 대신 주사할 수 없어 가족이나 전문 간병인이 돌봐야 하는데 이에 대한 경제적 지원이 전무한 게 현실이다.
윤건호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소아당뇨는 중증질환으로 인정받지 못해 진료비의 20~60%를 환자가 내야 해 부담이 크다”며 “응급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지역에선 의사나 병원을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소아당뇨 환자에 대한 지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환자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인슐린을 거의 생성하지 못하는 19세 미만의 ‘1형 당뇨병’ 환자는 1만4480명에 달한다. 2018년(1만1473명)과 비교해 4년 새 26% 넘게 늘었다.
이같이 소아당뇨 환자가 늘어나자 복지부는 2월부터 소아당뇨 환자가 인슐린을 주입할 때 사용하는 인슐린 펌프의 건강보험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인슐린 펌프 지원 기준 금액은 기존 170만 원에서 최대 450만 원까지 늘어나고, 환자 본인 부담률은 기존 30%에서 10%로 낮아진다.
전문가들은 간병인 지원 등이 확대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민선 전북대병원 소아청소년학과 교수는 “1형 당뇨병 환자는 방울토마토나 과자만 먹어도 위험한 일이 생길 수 있어 24시간 관리해야 하는데 전문 간병인에 대한 지원이 없어 양육자의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한국소아당뇨인협회 관계자는 “예민한 사춘기 시기를 겪는 소아당뇨 환자와 가족들의 스트레스가 상당하지만, 심리 상담 지원 등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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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당뇨> 1형 당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