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orld世界TripBlog™ > 자유게시판

본문 바로가기

회원메뉴

● World世界TripBlog™

페이지 정보

작성자 Lucia 댓글 0건 조회 15회 작성일 24-03-02 21:01

본문

​Permanent 노바나나몰 Wave - Lunar Lost (Black Light Smoke Remix)​​​​완전히 의식을 잃은 채 아흐레 동안 앓고 난 후에, 나는 다시 의식을 회복했으며 새로운 인식을 가진 사람이 되었다. 그렇지만 내 본성만은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 물론 넓은 의미에서 본다면 그 말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아마 지금이라면 나는 그렇게 생각하진 않았을 것이다. 나는 내면의 이념을 새로운 방향으로 정립해 나가기로(이전에도 천 번이나 되풀이했던 것처럼) 마음을 먹었다. 즉 그들 곁을 완전히 떠나기로 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이곳을 완전히 떠날 것이며, 천 번이나 마음속으로 그런 결정을 내렸으면서도 막상 실천하기를 주저하던 이전의 그런 애매한 태도를 버리기로 했다. 나는 그 누구에게도 복수할 마음은 없었다. 모든 사람이 나를 모욕했지만, 나는 그 누구를 증오하거나 저주하는 마음 없이 조용히 떠나기로 자신과 맹세했다. 그렇게 해서 이번에는 그들 중의 그 누구에게도, 또 이 세상 그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고, 철저히 내 스스로의 힘만으로 새로운 지평을 열어 나가고 싶었다. 그러나 내 가슴의 또 다른 구석에서는 세상의 모든 사람과 적극적으로 화해를 시도해 나가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내 생각으로는 사람이 웃으면 많은 경우에 그가 보기 싫어지는 경우가 있다. 왜냐하면 사람들의 웃음 속에는 흔히 뭔가 저속하고 웃는 사람의 가치를 손상시키는 것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웃는 당사자는 거의 언제나 자신의 웃음이 다른 사람들에게 주는 인상에 대해서 깨닫지 못한다. 그것은 마치 잠자는 사람들이 대부분의 경우 자신의 잠자는 얼굴을 모르는 것과 똑같다. 물론 어떤 이들은 잠잘 때에도 총명한 얼굴을 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다른 경우 아주 총명한 사람조차도 잠자는 얼굴은 아주 우둔해 보이고 심지어 우스꽝스럽게 보이기조차 한다. 나는 그 이유가 무엇인지 모른다. 다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웃는 사람은 잠자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얼굴이 풍기는 느낌에 대해서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이 세상에는 웃을 줄 모르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 ​​물론 웃는다는 것은 알고 모르고의 문제는 아니다. 그것은 생득적으로 타고난 천성이기 때문에 억지로 될 일도 아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을 더욱 좋은 방향으로 발전시키며 자신이 지닌 성격의 좋지 못한 점을 애써 고쳐 나가는 길밖에는 없다. 그런 과정을 통해 그런 사람이 짓는 웃음도 틀림없이 더욱 좋은 방향으로 변해 나갈 것이다. 웃음으로 자신의 약점을 몽땅 드러내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곧 그의 모든 비밀을 간파당하는 것이다. 또한 총명한 느낌을 주는 웃음도 때로는 증오감을 자아낼 수 있다. ​웃음은 무엇보다도 먼저 당사자의 성의를 요구한다. ​​하지만 인간이란 존재의 어느 구석에 그런 성의가 담겨 있을까? 웃음은 어떤 불순한 의도도 배제하고 있어야 한다. 물론 사람이라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악의 없는 웃음을 웃는다. 그렇게 성의가 배어 있고 악의가 없는 웃음, 그것은 이미 그 자체로 하나의 기쁨이다. 그런데 지금 세상에서 사람의 어느 구석에 도대체 그런 기쁨이 있단 말인가, 그리고 과연 사람은 진정으로 기뻐할 줄 아는 것일까(이 세상의 기쁨이라는 것은 베르실로프가 말한 견해이며, 나는 그것을 떠올린 것이다)? 사람은 기쁜 감정을 드러낼 때, 이것은 손과 발의 움직임을 통해 나타나는데, 자신의 본성을 가장 잘 표출한다. 아주 오래 걸려도 잘 이해할 수 없는 성격이 있지만, 만일 그 사람이 아주 개방적으로 웃게 되면 한순간에 그 사람의 성격이 곧 손바닥 위에 놓고 보듯 분명해진다. 그리고 아주 평안하고 행복한 여건에서 성장한 사람만이 상대방까지도 즐겁게 하는, 선의에 가득 찬 기쁜 감정을 즐길 수 있다. 나는 사람의 지적인 발달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의 성격, 사람의 전체적 특성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만일 어떤 사람을 잘 알고 싶다든지 그의 속마음을 알고 싶다면, 그 사람이 침묵하고 있을 때의 모습이나 그가 어떻게 말하는가, 혹은 어떻게 웃는가, 또한 그가 더없이 고상한 사상에 감동하고 있는가에 대해서 그렇게 깊이 파고들 필요가 없다. ​그보다는 오히려 웃고 있을 때 그 사람의 분위기를 주목해야 한다. ​환하게 잘 웃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다. 그렇지만 웃을 때 풍기는 느낌에 주의해야 한다. 예를 들면, 사람의 웃음은 그것이 아무리 명랑하고 소박한 것일지라도 상대방에게 왠지 우둔해 보이는 느낌을 주어서는 안 된다. 웃음 속에서 조금이라도 허전한 점이 느껴진다면, 그가 평소에 아무리 대단한 사상을 말하고 다니는 사람일지라도 그 사람은 틀림없이 어느 정도의 한계를 넘지 못하는 지성밖에 지니고 있지 못하다고 할 수 있다. 또 그 웃음 속에 어리석어 보이는 점은 없을지라도 크게 웃은 다음의 모습이 왠지 갑자기 조금이라도 허전하게 보인다면, 그 사람에게는 진실한 의미의 인간적 품위가 없는 것이다. 적어도 충분하지 못하다고 생각해도 좋다. 그리고 또 하나 마지막으로, 격의 없는 웃음을 짓고 있는데도 역시 어쩐지 저속한 감을 자아낸다면 그 사람의 본성 역시 저속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 경우에 이전에 그 사람에게서 느꼈던 기품 있고 고상한 자질도 결국은 어떤 속셈을 가지고 가장을 했거나 혹은 무의식중에 빌려 온 것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이런 사람은 나중에는 꼭 타락의 길을 걷게 되어 ;에 종사하게 될 것이며, 고상한 사상 따위는 젊음의 망상이나 환상으로 치부하고 주저 없이 던져 버릴 것이다.​다만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웃음이야말로 사람들의 내면 세계를 감정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한 자료라는 것이다. 어린아이들을 잘 관찰하여 보면, 그들은 아주 환하게 잘 웃으며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아주 매혹적이다. 나는 잘 우는 아이를 참을 수 없이 싫어한다. 아주 유쾌하게 잘 웃는 아이는 참으로 영원한 세계에서 오는 빛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그야말로 한 편의 시와도 같다. 그리고 나는 이 노인이 순간적으로 짓던 웃음 속에서 뭔가 어린애 같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매력적인 기운이 언뜻 스치는 것을 보았다.​​-​​「영혼이 무엇을 향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겨우 그럭저럭 견디다가 무언가 빛을 보면 반가운 생각이 들어. 그리고 삶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게 된다고 해도, 영혼만은 아마 걱정할 것 없을 것 같다. 어쩌면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 죄 많은 것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어째서 죄 많은 일이지요?」​「그런 생각은 다만 환상이기 때문이지. 늙은이는 그저 행복한 기분에 싸여서 이 세상에서 물러나야 해. 그런데 불평을 잔뜩 늘어놓으며 불만을 품고 죽음을 맞는다면 그것은 커다란 죄지. 그러나 정신적인 기쁨 때문에 이 세상의 삶에 애착을 느끼는 것이라면, 설사 늙은이라도 아마 하느님이 용서하시리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짓는 모든 죄에 대해서 어느 것은 죄고 어느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기가 어려우니 말이지. 바로 거기에 인간의 지혜가 미치지 못하는 비밀이 있어. 늙은이는 언제나 만족하며 살아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지혜가 전성기에 있을 때 죽어야 하며, 하루하루를 만족한 기분으로 보내야 해. 그리고 곡식 이삭이 단 속으로 들어가듯이 기쁨에 충만한 채 마지막 숨을 거두고, 자신의 신비한 사명을 다했다는 더없는 행복감에 싸여서 이 세상을 떠나야 하는 거지.」​「자꾸 ;라고 말씀하시는데 도대체 그게 무엇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렇게 질문을 던지고 나는 문 쪽을 돌아보았다. 여기에 있는 것은 우리 두 사람뿐이고 주위는 완전히 조용한 것이 아주 아늑하게 느껴졌다. 일몰 전의 노을 빛이 선명하게 창을 비추고 있었다. 그는 다소 과장하기도 하고, 또 정확하게 이야기하지는 못했지만 아주 진지하고 뭔가 매우 흥분되어 있는 듯이 보였다. 그는 진심으로 내가 자신에게 온 것에 기뻐하는 듯했다. 그러나 나는, 그가 틀림없이 열이 올라 희미한 정신 상태에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것도 매우 심한 상태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나도 역시 병자였으며, 그의 방에 들어간 순간부터 역시 열이 올라 정신이 희미했다.​「비밀이 무엇이냐고? 모든 것이 비밀이지. 이 세상 모든 일에 하느님의 비밀이 숨어 있지. 한 그루의 나무, 한 포기의 풀에도 바로 그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게다. 조그마한 새가 지저귀는 것이나, 밤하늘에 수없이 많은 별들이 반짝이는 것이나 모두 다 똑같이 이 비밀스런 섭리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거야. 바로 저 세상에서 인간의 영혼을 기다리고 있는 그 기운 속에 가장 커다란 비밀이 담겨 있는 것이지!」​「저는 당신이 말씀하시려는 의도가 무엇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만… 물론 저는 당신을 애먹일 생각으로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사실, 저 역시 하느님을 믿습니다만, 그런 종류의 비밀은 이미 인간의 지혜에 의해 세밀하게 밝혀졌습니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들도 모두 다 멀지 않은 시간에 규명되거나 아니면 가까운 장래에는 그 실체를 다 드러내게 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식물학은 나무가 성장하는 비밀을 완전히 파악하고 있으며, 생리학이나 해부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심지어 새가 지저귀는 이유에 대해서까지도 알게 되었고, 모르는 부분도 곧 규명해 낼 것입니다. 또 별에 관해서도 세밀하게 관측하여 개별적인 운행 궤도에 대해서까지도 정확하게 계산해 내었고, 그 결과 이미 천 년 전부터 어떤 혜성이 새로 출현할 일시를 1분의 오차도 없이 예언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현재는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별의 구조까지도 세밀하게 분석하고 있습니다. 바로 현미경의 도움을 받아서이지요. 이것은 사물을 백만 배 정도 확대하여 볼 수 있게 해주는 유리로 만든 확대경으로 물 한 방울을 검사하여 거기에서 전혀 새로운 경지의 세계를 인지해 내는 것입니다. 바로 지금까지 비밀처럼 다루어지던 생물의 본질적인 모습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것이지요.」​​-​​「이 땅에 사는 인간의 기억은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아나? 인간의 기억은 고작 1백 년 정도란 말이야. 사람이 죽어서 1백 년 정도는, 그 사람의 얼굴을 본 그의 자식들이나 손자들이 아직 기억할 수 있겠지. 하지만 그 후에는, 그에 관한 기억을 가지고 있더라도 그것은 남에게 들은 것이거나 상상에 의한 것에 불과할 거야. 생전의 그의 얼굴을 본 사람들이 모두 이 땅을 떠나기 때문이지. 이윽고 묘지에 있는 그의 무덤 위에는 풀이 무성하고, 무덤 위의 비석에는 허연 이끼가 끼고, 모든 사람들이, 그의 직계 자손들까지도 그를 잊어버리다가, 마침내는 그의 이름까지도 잊게 되고 마는 거야. 인간의 기억에는 그렇게 많은 것이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지. 글쎄 그럴 수 있지! 자네들은 나를 잊어버려도 좋아. 하지만 나는 무덤 속에 들어가도 역시 자네들을 사랑할 거야. 나는 무덤 속에서 내 기일을 기억하고 내가 누워 있는 묘지를 찾아오는 자네들의 유쾌한 목소리와 발자국소리를 들을 거야. 그러니 지금 이 순간에 햇볕을 즐기면서 삶을 살아 나가야지. 나는 자네들을 위해 기도도 드리고, 꿈속에서 자네들을 찾아가기도 할 거야…. 마찬가지야, 죽은 다음에도 사랑은 계속해서 남아 있을 테니 말이야….」​​-​​나는 갑자기 그에게로 몸을 굽혀 그의 손을 꽉 쥐면서 가슴 깊은 감동을 지닌 채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이렇게 당신을 만나게 되어 진정으로 기쁩니다. 어쩌면 저는 벌써부터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그들을 아무도 사랑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기품이 없으니 말입니다…. 저는 그들의 뒤를 따라가지 않겠어요. 어디로 가는지 자신도 모릅니다만, 어쨌든 당신과 함께 가겠어요….」​​-​​;​​-​​;​​-​​마치 그곳이 모든 유혹으로부터의 피난처이며 구원의 장소이자 내 몸을 지탱할 닻이나 되는 것처럼.​​-​​「마까르 이바노비치, 당신은 다만 우울증에 걸려 있을 뿐입니다. 자기 마음대로 하는 생활에 대한 동경, 그리고 넓은 길에 대한 동경, 당신의 병은 바로 그것뿐이지요. 한곳에서 오래 사는 습관이 없어진 것입니다. 당신은 이른바 순례자지요? 우리 나라 민간에서는 방랑벽이 거의 고질화되어 가고 있어요. 저도 그런 사람을 만난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우리 나라 민중은 대부분이 방랑자입니다.」​​-​​「신을 믿지 않는 사람들을.」 ​노인은 생각에 잠긴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나는 어쩌면 지금도 무서워하고 있는지도 모르지요. 그러나 이것만은 말해 두고 싶습니다, 알렉산드르 세묘노비치. 나는 지금까지 그야말로 한 번도 진정한 무신론자를 만난 일이 없었어요. 내가 만난 것은 무신론자가 아니라 작은 일에 얽매여 안달하는 인간뿐이었어요. 그렇게 설명하는 것이 맞을 겁니다. 사람이란 아주 다양해서 누가 어떤 사람인지 도저히 분간할 수가 없어요. 그들 중에는 훌륭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보잘것없는 사람도 있고, 우둔한 사람도 있으며, 영민한 학자도 있고요. 또한 가장 천한 신분 출신이면서도 학문을 터득한 사람도 있어요. 그러나 그 모든 것이 헛된 일입니다. 왜냐하면 평생 동안 책을 읽고 풀이하면서 책의 달콤한 맛을 실컷 맛보고는 있지만, 정작 그 자신은 진리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자꾸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니 말입니다. 그러다가 삶에서 일탈하여 나중에는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주의를 돌리지 않게 된 사람도 있어요. 또 돌보다 냉혹하면서도 마음속에는 환상만이 헛돌고 있는 사람도 있지요. 그런가 하면 무정하고 경박하고 무엇이든 조소해 버리면 그만이라는 사람도 있어요. 또 책 속에서 말의 꽃만 따먹는 사람도 있어요. 그것도 자신의 관점에서 의미 있는 꽃만 따는 거지요. 그런데 정작 그 당사자는 일상의 작은 일에 구애되어 안달하고 있으며, 미리 마음에 그리는 커다란 계획은 아무것도 없단 말이거든요.​ 다시 말하지만, 이 세상에는 싫증나는 일이 너무 많아요. ​그리고 이렇다 하게 보잘것없는 인간 중에는 하루하루의 생활에 쫓기면서 아이들을 부양할 줄도 모르고, 밤에는 그저 되는 대로 짚단 위에서 잠을 자는 형편이지만, 그래도 마음은 한없이 가볍고 선량한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는 법이지요. 물론 그 사람도 죄를 짓고 험한 말도 하지만, 마음만은 항상 가볍지요. 하지만 외양이 훌륭한 사람 중에는 실컷 먹고 마시며 황금 더미 위에 앉아 있으면서도 마음 가득히 수심에 차 있는 사람도 있지요. 어떤 사람은 모든 학문에 정통해 노바나나몰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쓸쓸하기만 하지요. 그래서 나는 인간의 지혜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수심도 더욱 많아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세상이 생긴 이후로 사람들은 어떤 좋은 것들을 가르쳤나요? 왜 이 세상이 더없이 아름답고 즐겁고, 모든 기쁨이 충만한 거처라는 것을 깨닫지 못할까요? 그리고 사람들 중에는 내면적인 기품을 가지려고 하는 사람이 없어요. 그런 것은 가지려고 원하지도 않아요. 모두가 파멸의 길을 걷고 있는데도 다만 자신의 행복을 자랑할 뿐, 절대적인 진리에 눈을 돌리려고 생각하지도 않아요. 그러나 하느님이 없는 삶은 괴로울 수밖에 없어요. 문명이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나중에는 그 문명을 저주하게 되는데도, 정작 인간들은 그것을 모르고 있거든요. 하지만 새삼스럽게 그런 말을 해서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인간이란 뭔가에 굴복하지 않고서는 살 수 없는 존재이니까요. 그런 인간은 나중에는 스스로 자신을 견디지 못하고 말 것입니다. 그러다가 결국 하느님을 거부하면서 우상을 숭배하게 되는 거지요. 그것이 나무로 만든 것이건, 금으로 만든 것이건, 혹은 머리로 생각해 낸 것이건 마찬가지입니다. 이것은 모두 똑같은 우상 숭배자이지 무신론자는 아닙니다. 그렇다면 과연 무신론자는 있을 수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진짜 무신론자도 있기는 있어요. 그러나 우상 숭배자 쪽이 훨씬 더 무서운 존재입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하느님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면서 오는데도 외면하기 때문이지요. 그런 종류의 사람에 대해 들은 일은 한두 번이 아니지만, 나는 아직 한 번도 그런 사람들을 직접 만난 적은 없어요. 맞습니다, 틀림없이 그런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또 그런 사람들이 반드시 있으리라고 나는 확신하고 있습니다.」​「물론 있습니다, 마까르 이바노비치.」 갑자기 베르실로프가 그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틀림없이 있어요, ;입니다.」​「틀림없이 있어요. ;이라는 말에 포함되어 있는, 어떤 사상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에 현혹된 것이다. 이런 대화는 나로서는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 순간에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일이 일어났다.​​-​​안나 안드레예브나의 작은 목소리가 어딘가 아주 가까운 계단 부근에서 들려왔다. 그러나 그녀의 말에는 칭찬이 아니라 참을 수 없는 냉소가 담겨 있었다. 나는 람베르뜨와 함께 방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람베르뜨를 보자, 그녀는 갑자기 깔깔 웃기 시작했다. 그때 받은 내 느낌은 무서운 놀라움이었다. 너무나 놀라서 걸음을 멈춘 채, 나는 가까이 갈 엄두도 내지 못하였다. 나는 그녀의 얼굴을 보면서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마치 그녀가 갑자기 얼굴에서 가면을 벗은 것 같았다. 그녀의 얼굴은 그대로였지만, 거기에는 아주 지나칠 만큼의 뻔뻔스러움이 담겨 있었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아마 그런 욕망이 내 마음속에 ​거미의 넋이 되어 숨어 있었기 때문이리라! 어쩌면 그것은 이미 오래 전에 그런 욕망이 내 음탕한 마음속에 숨어 있었다는 것, 나의 속에 숨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내 마음이 그것을 내놓고 인정하기를 부끄럽게 생각했고, 내 이성이 그런 종류의 일을 의식적으로 생각하기를 거부했을 뿐이다. 그러나 꿈속에서 내 넋은 모든 감정을 있는 그대로 그려 냈고, 마음속에 숨어 있던 모든 것을 완전한 한 폭의 그림으로 그려, 예언의 형식으로 드러내 놓았던 것이다.​​-​​독자들이여, ;이라는 말을 기억해 주기 바란다. ​;을 추구한다는 미명하에 그들에게서 새로운 세계를 향해 나가려고 한 인간의 마음속에 바로 그와 같은 것이 숨어 있었으니 말이다! ​물론 고상함을 희구하는 갈망은 더없이 강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어떻게 전혀 다른, 뭔지도 모를 욕망과 결부되었는지 나는 모른다. ​그래서 나는 다만, 아주 고귀한 이상을 가슴에 품고 있는 인간이 동시에 가장 비열한 감정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에, ​아니 그런 인간의(그것은 아마 주로 러시아 인의) 능력에 천 번도 더 놀라곤 했다. ​과연 그것이 위대한 장래를 표상하는 러시아 인의 독특한 포용력의 광대함일까, 아니면 단순히 비열함에 불과한 것일까, ​바로 그것이 문제의 핵심이었다!​​-​​내 마음을 끌었던 그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보다도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그의 순수한 영혼과 겸손한 태도였다. ​그의 분위기는 죄의식을 거의 갖지 않는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것으로, 마음의 ;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이라는 말을 아주 좋아했고 또한 그것을 자주 사용했다. ​그는 어쩌면 계속되는 열병의 후유증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항상 들뜬 마음의 상태에서 기쁜 감정을 토로하곤 했다. ​물론 병을 앓는 도중에 생긴 발작적인 감정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그것이 그가 지니고 있는 고상함을 손상시키지는 않았다. ​또 그것과는 아주 대조적인 점도 있었다. 때로 일상적인 풍자를 이해 못할 만큼 천진난만함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동시에 뭔가 교활하리만큼 예민함이 공존하고 있었다. ​나는 그 점을 꺼렸지만, 그와 논쟁을 할 때면 그러한 특성이 자주 드러나곤 했다. ​그리고 그는 논쟁을 좋아하기는 했지만 아주 드물게 할 뿐이며 그 방식도 아주 독특하였다. ​그는 러시아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녔기 때문에 많은 이야기를 들은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되풀이해서 말하지만, 그는 무엇보다도 그런 얘기에 감동하기를 좋아했고 그런 감동적인 이야기를 말해 주는 것을 좋아했다. ​​보통 그는 이야기하는 것을 매우 좋아했다. 나는 그에게서 그의 방랑 생활에 관한 이야기와 옛날 ;나 그런 종류의 이야기에 대해서 나에게는 그때까지 아무런 지식도 없었다. 그러나 분명히 말하건대, 그것은 눈물 없이 듣기에는 거의 불가능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것은 감동의 눈물이라기보다는 뭔가 환희가 어려 있는 눈물이었다. 삶의 깊은 의미를 찾아 방랑하는 성스러운 여성의 시련을 극복해 가는 이야기는 아주 뜨거운 감동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런 이야기를 할 만한 자격이 없기 때문에 거기에 관해서는 자세히 말할 생각이 없다.​그런 감동 이외에도 나는 그가 지니고 있는 인간적 특성 중 또 다른 면을 느꼈다. 그것은 바로 현대의 실생활에 관해서나 아직 이론이 분분한 당면 문제에 대해서 때로 그가 매우 독창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번은 그가 군대에서 제대한 한 병사에 대한 최근의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이 사건에 대해서 그는 목격자나 다름없는 입장에 있었다. 한 병사가 군대 근무를 마치고 다시 농부들이 사는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그는 어느새 농부들과 함께 사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또한 그의 이웃들과 지내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어느덧 그는 일상적인 생활에서 벗어나 항상 술에 절어 살았고 급기야는 강도질까지 했다. 확실한 증거는 없었지만 그는 붙잡혀 재판을 받게 되었다. 법정에서 변호사는 그의 무죄를 주장하여 거의 무죄 선고를 받는 상황으로 몰고 갔다. 구체적인 증거가 없다는 주장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때까지 듣고만 있던 그 사람이 일어서더니 변호사의 말을 가로막았다. 하고 마까르 이바노비치가 말을 맺었다. 이 이야기는 별로 특별한 점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런 이야기라면 요즈음 어느 신문에나 수없이 실려 있다. ​내 마음에 든 것은 바로 그의 말투였다. 그의 말 속에는 완전히 새로운 사상이 담겨 있었다. 예를 들면, 그 병사가 마을로 돌아왔을 때, 그가 농민들과 갈등을 겪게 되는 과정을 설명하면서 마까르 이바노비치는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이런 표현을 조금도 힘들이지 않고 무의식중에 그대로 사용했다. 그렇지만 이 표현에는 이 두 종류의 군상에 대한 독특한 견해가 분명히 나타나 있다. 물론 그것을 민중 전체의 견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거기에는 마까르 이바노비치의 독자적인 견해가 담겨 있으며, 그것은 전혀 남의 것을 차용한 것이 아니었다! 어떤 문제에 대하여 사람들이 무언의 합의를 통해 정해 놓은 정의는 때로 그 창의성에서 참으로 경탄할 만한 것이다.​「그런데 마까르 이바노비치, 당신은 자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지요?」 마침 그런 이야기가 나왔을 때 내가 그에게 물었다.​「자살이란 인간의 죄 중에서도 가장 큰 죄야.」 한숨을 한 번 쉬고 나서 그는 대답했다. 「하지만 그 일도 역시 오로지 하느님만이 판단할 뿐이지. 왜냐하면 모든 일의 본질적인 내용과 판단의 기준에 대해서는 하느님만이 알고 계시기 때문이거든. 우리는 반드시 그러한 죄인을 위해서 기도를 해줘야 해. 그런 죄악이 저질러졌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그리고 밤에 잠자리에 들기 전에 우리는 그런 죄인들을 위해서 진심으로 기도해야 하네. 그런 죄인들을 위해서 하느님에게 들리게 한숨을 쉬는 것만이라도 좋으니 말일세. 자네가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도 상관없어. 오히려 그러한 자네의 기도가 하느님의 귀에 더욱 잘 들어갈 게야.」​「그 사람이 이미 적당한 심판을 받았더라도 제 기도가 도움이 될까요?」​「어떻게 자네가 그것을 알지? 세상에는 신앙을 가지지 않았기 때문에 무지한 사람들의 귀를 현혹하는 사람이 많네. 그런 사람들이 참으로 많지. 자네는 그런 사람들의 말을 들어서는 안 되네. 그런 사람들은 자신이 어디를 향해서 걷고 있는지도 모르니 말일세. 그리고 이 세상에 살고 있는 인간이 심판받은 자를 위해서 드리는 기도는 정말로 하느님의 귀에 들어가는 법이야.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남을 위해서 기도하는 사람의 기분이 어떻겠나? 그러니 밤에 자기 전에 기도할 때에는, 기도가 끝나면 그 다음에 꼭 하고 기도를 하게. 이것도 역시 매우 좋은 기도지.」​그의 말을 듣고, 나는 꼭 그렇게 기도하겠다고 약속했다. 내가 한 약속이 그에게 상당한 만족을 주리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내가 그런 약속을 했을 때, 그의 얼굴에는 만족한 빛이 감돌았다.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그는 절대로 내게 강요하는 태도를 취하지 않았다. 그는 지혜가 많은 노인이 어린 풋내기를 대하는 것 같은 태도를 취한 일이 전혀 없었으며, 오히려 반대로 그는 내 이야기를 아주 즐겨 들었고, 여러 가지 문제를 논하는 내 말에 귀를 기울이기도 했다. 그는 그가 잘 사용하는 그의 말을 반박하면서, 나는 학자와 의사 그리고 이 세상에서 일반적으로 인류의 진정한 벗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실현할 수 있는 유익한 활동에 관해서 설명을 하여 그를 진정으로 감동케 하였다. 나의 온 열정을 다해 감동적으로 말했기 때문이다. ​「자네 말이 맞네. 하느님, 축복을 내리소서. 자네 생각이 옳으네.」 그는 쉴새없이 내 의견에 동의하였다. 하지만 내가 이야기를 끝냈을 때, 그는 완전히 내 의견에 동의한 것은 아니었다. 「그것도 일리가 있는 말이네.」 그는 크게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끝까지 자신의 신념대로 행동을 하고 목표 의식을 상실하지 않는 사람이 그렇게 많을까? 돈이라는 것은 절대적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반쯤은 하느님처럼 커다란 유혹을 불러일으킬 수가 있거든. 그리고 여자라는 대상도 있고, 또한 명예심이나 시기심도 있네. 그래서 본래의 목적을 잊어버리고 사소한 것에 정신을 팔 수도 있겠지. 하지만 황야에서 살아도 그럴까? 황야에서 살면 인간은 자신을 단련하여 어떠한 큰일이라도 할 수 있게 되네. 알겠나! 도대체 이 세상에 온 영혼을 헌신할 만한 것이 어떤 게 있단 말인가?」 그는 지극히 감동한 어조로 말했다. 「다만 허황한 꿈뿐이 아닌가? 모래를 집어 돌 위에 뿌려 보게! 그러면 자네가 뿌린 누런 모래알에서 싹이 틀 것이고, 그러면 자네의 꿈도 이 세상에서 실현될 것이라고들 말하지. 하지만 그리스도의 말씀은 다르네. 그분은 ;고 하셨네. 그러면 이전보다 훨씬 더 우리의 영혼이 평안하게 될 것이라는 걸세. 왜냐하면 먹는 음식이나 값진 옷, 또한 명예심이나 시기심에 의해서가 아니라, 영혼으로 느끼는 심오한 사랑에 의해서 우리가 행복해지기 때문이지. 그렇게 함으로써 10만이나 1백만 루블 정도의 조그마한 재산이 아니라, 온 세상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만족감을 얻게 되는 거지! 지금은 누구나 오로지 돈을 긁어모으는 일에만 매달려 미쳐 가고 있지만, 만일 보다 큰 목적에 헌신하게 되면 고아도 없어지고 거지도 다 사라지고 말 거야. 그렇게 되면 모든 것이 우리의 것이 되고, 모든 사람이 가족이 되며, 모든 사람들과 화평을 이루며 상부상조할 수 있을 테니까! 세상 사람들은 아무리 부유하고 유명한 사람이라도 그저 자신의 삶에 대해서만 걱정을 하지만, 궁극적인 위안은 전혀 찾지 못하고 있네. 그렇지만 세상에 사랑이 그득하게 되는 날에는 사람들의 삶은 훨씬 더 윤택해지겠지. 단 1분의 시간도 헛되이 쓰지 않고, 매순간마다 마음의 평안을 느끼며 살게 되기 때문이지. 그때에는 책에서만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것에서 아주 훌륭한 지혜를 얻게 될 것이고 하느님의 본모습도 마주보게 될 걸세. 그러면 이 세상은 태양보다도 더욱더 밝게 빛나며, 걱정과 슬픔이 없어지고, 진정한 낙원이 될 걸세….」​진정한 기쁨에 잠겨 말하는 그의 말을 마침 그 자리에 같이 있던 베르실로프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듣는 것 같았다.​「마까르 이바노비치!」 그의 말에 지나치게 흥분하여 내가 갑자기 그의 말을 가로막았다(나는 그날 밤의 일을 잘 기억한다). 「그렇다면 당신은 코뮤니즘을, 완전한 코뮤니즘을 말하고 있는 것이군요!」​하지만 그는 코뮤니즘이란 말도 처음 듣는 것이었고 그것이 표방하는 내용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했기 때문에, 그 문제에 관해서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그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에 관한 내 지식은 아주 빈약하고 또 애매했다. 그런 것에 관해서 말할 자격도 없었지만, 개의치 않고 나는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강렬한 열정을 가지고 토로했다. 지금도 나는, 내가 그때 노인에게 주었던 심상찮은 인상을 떠올리면 대단한 만족을 느낀다. 그것은 인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충격이라고 할 만한 것이었다. 그때 그는 상세한 역사적인 사실에 깊은 흥미를 가졌고, ;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 이미 내 이야기의 내용이 무엇인지도 이해하지 못하고, 또한 이야기의 줄거리도 놓쳐 버린 듯했다. 그래서 나는 화가 나기 시작했지만, 마침 그때에 베르실로프가 내 이야기를 가로막으면서 이제 잠잘 시간이라고 말했다. 그때에는 모두가 그 자리에 모여 있었고 시간도 매우 늦었다. 몇 분 지나서 그가 잠시 내 방에 들렀기에, 나는 그에게 마까르 이바노비치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 또 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물었다. 베르실로프는 유쾌한 표정을 지으며 웃었다(그것은 내가 코뮤니즘을 설명하면서 몇 가지 실수를 한 데 대해서가 아니었다. 노바나나몰 그는 그런 내용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반복하지만 그는 완전히 마까르 이바노비치에게 경도되어 있는 듯했다. 노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때로 아주 매혹적인 미소가 그의 얼굴에 떠오르곤 하던 것을 나는 종종 보았다. 하지만 그러한 미소가 그의 비판 의식을 모두 중화시키지는 못했다.​​「마까르 이바노비치는 일반적인 농부가 아니라 대귀족의 하인이었다.」 베르실로프는 흥미로운 표정을 지으며 말을 꺼냈다. 「그는 그 저택의 하인이었던 부모에게서 태어나 하인으로 일을 하고 있었지. 과거에 대귀족의 하인이라는 사람들은 주인의 사생활이나 문화적인 환경의 영향을 받으며 그들의 지적인 활동과 상당한 교류를 할 수 있었어. 곰곰이 생각해 보거라. 마까르 이바노비치가 지금도 가장 흥미를 가지고 있는 것은 지주와 상류 귀족들의 생활 속에서 일어난 사건에 관한 내용일 게다. 최근 러시아에서 일어난 어떤 사건에 대해서 그가 얼마나 깊은 흥미를 가지고 있는지 너는 아직 모를 거야. 그가 위대한 정치가의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너는 인식했니? 그에게는 좋은 음식 같은 것은 전혀 필요가 없어. 그가 관심 있는 것은 어디서 누가 전쟁을 하고 있다든가, 우리가 누구와 전쟁을 시작할 것인가 하는 따위의 문제들이야. 전에는 나도 그런 이야기를 해줘서 그를 지극히 즐겁게 해주었다. 또 그 사람은 학문을 매우 존중하는데, 학문 중에서도 제일 좋아하는 것은 천문학이다. ​중요한 것은 그런 과정을 통해서 그는 자기 마음속에 아무도 흔들 수 없는, 절대로 흔들리지 않는 것을 만들어 냈지. ​그것이 바로 확고하고 상당히 분명한… 그리고 진정한 의미의 신념으로 자리를 잡았어. 비록 무식하지만, 어떤 문제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그에게서 전혀 기대도 하지 않을 뜻밖의 탄탄한 지식을 가지고 있어서 다른 사람을 놀라게 할 정도지. 그 사람은 열심히 황야의 생활을 찬양하지만, 실제로는 황야나 수도원에는 절대로 가지 않을 게다. 왜냐하면 아까도 알렉산드르 세묘노비치가 적절히 말한 것처럼, 그 사람은 진정한 의미의 ;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너도 공연히 그에게 반박하려고 할 필요는 없다. 그 밖에 또 뭐가 있을까? 그래, 또 하나, 그에게는 뭐랄까 예술가 같은 특성이 있다. 자기 자신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지만, 또 자신의 말이 아닌 것도 있지. 논리적인 것을 표현할 때 그는 다소 산만하고 무질서하며, 매우 추상적이 되지. 그리고 가끔씩 감상에 사로잡히기도 하지만, 그것은 이 시대의 특징 중에 하나인 민족적 감상주의의 요소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야. 보다 더 적절하게 말한다면, 우리 민중을 종교적 감정으로 이끌어 가는 바로 그 민족적 감정을 고양시키는 감상적 정서의 표출이라고 하는 편이 나을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의 내면 속에 순결한 영혼이 담겨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겠지. 그런 이야기는 너무도 당연한 것이니 말이다….」​​-​​「자네, 이런 말을 떠올려 보게. 그리고 또 이런 말도 되새겨 보게. 천사들도 완전하지는 못하다는 말 말일세. 완전무결하고 순결한 것은 오로지 우리의 주이신 예수 그리스도 한 분뿐이야. 그래서 천사들도 그분을 섬기고 있는 것이지. 그리고 사실 자네도 그 애가 죽기를 바란 것은 아니지 않나. 다만 자네 생각이 짧았을 뿐이지. 그런데 한 가지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있네. 자네는 이보다 더욱 심한 짓도 얼마든지 하지 않았나? 자네가 거리로 내몬 사람들도 적지 않을 거야. 그리고 자네로 인해 타락하여 파멸한 사람들도 하나둘이 아닐 걸세. 자네의 그런 행동 역시 모두 사람들을 죽인 것과 마찬가지가 아닌가? 그전에도 그 애의 여동생 넷이 자네의 눈앞에서 차례차례 죽어 가지 않았나? 그런데 어째서 자네는 오직 이 일에만 그렇게 마음을 쓰는 거지? 그전에 죽은 애들에 대해서는 가엾게 생각하기는커녕 생각하는 것조차 잊어버리지 않았나? 그런데 왜 그 애만을 그렇게 무서워하지? 이 일에 대해서는 자네가 그렇게 죄가 많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데?」​「자꾸 꿈에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막심 이바노비치가 정색을 하면서 말했다.​「나타나서 어쨌단 말인가?」​하지만 그는 더 이상 고백하려 하지 않고 그저 말없이 앉아 있었다. 교구장도 더 이상 어쩔 수 없어 그만 돌아가 버렸다.​​-​​나는 어떤가? 내가 알고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외출하던 그날까지 도대체 나는 무엇을 알고 있었다는 말인가? 외출하던 그날까지 나는 아무것도 몰랐다. 모든 것을 알았을 때에는 이미 너무나 늦어 있었으며, 모든 것이 이미 끝난 다음이었다고 앞에서도 말했었고, 그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전적으로 그랬을까? 아니다, 사정은 약간 다르다. 나는 이미 틀림없이 몇 가지 일을 알고 있었다. 지나치게 많은 일을 알고 있었다고 해도 좋겠다. 그러나 어떻게? 독자는 내가 꾸었던 꿈을 기억할 것이다! 내가 그런 꿈을 꾸었고 또 그 꿈이 내 마음속에서 그런 형태를 취했다는 것은 내가 아주 많은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설명한 것, 그리고 실제로 ;하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내가 알고 있었던 것은 없었다. 그러나 내 가슴은 그런 예감 때문에 두근거렸으며, 이미 악마가 내 내면을 지배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가 어떤 인물인지 잘 알고 있었고, 또 구체적인 내용까지도 예감을 하면서 나는 그에게로 뛰어갔던 것이다! 도대체 왜 내가 그에게 갔을까? 도대체 무슨 이유 때문에?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왜 그에게로 갔었는지를 스스로 자세히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나는 그때 아직 아무것도 몰랐다. 아마도 독자들은 이런 것을 이해할 것이다.​​-​​술기운 때문에 그랬다는 변명은 전혀 통하지 않는다. ;​​-​​그 방에서 제일 먼저 내 관심을 끌었던 것은 제법 괜찮아 보이는 조각이 붙어 있는 나무 액자에 넣어져 책상 뒤편에 걸려 있는 어머니의 초상 사진이었다. 그것은 외국에서 찍은 것으로, 아주 큰 사이즈로 미루어 보아 꽤 값이 나갈 것처럼 보였다. 그런 어머니의 초상 사진이 있었다는 사실을 나는 전혀 모르고 있었고, 누구에게도 들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내게 충격을 준 것은, 그 사진에는 실물과 어떤 정신적 유대감이라도 있는 듯 아주 흡사한 분위기가 담겨 있었다는 사실이다. 단정적으로 말한다면 그것은 기계적 작동으로 복사한 것이 아니라 화가가 직접 실물을 놓고 그린 진짜 초상화처럼 보였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나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그 사진 앞에 멈추어 섰다.​「그렇게 보이지? 너도 그렇게 느껴지지?」 갑자기 내 뒤에서 베르실로프가 되풀이해서 물었다.​이를테면 그 말은 하는 것이었다. 그를 돌아보며 나는 그의 얼굴 표정에 매우 놀랐다. 그의 얼굴은 다소 창백했지만 시선에는 불타는 듯한 긴장감이 스며 있었고, 행복과 열정의 빛이 자리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나는 그가 그런 표정을 지은 것을 전혀 본 적이 없었다.​「당신이 어머니를 그토록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저는 몰랐습니다!」 벅찬 희열을 느끼면서 내가 불쑥 말했다.​그는 아주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 속에는 독특한 기운이 담겨 있었다. 그것은 순교자적인 고뇌라기보다는 뭔가 인도주의적이며 아주 심원한… 한마디로 뭐라 잘 표현할 수 없는 그런 것이 엿보였다. 하지만 깊은 교양이 있는 사람은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을 쑥스럽게 여기는 모양이다. 내 말에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은 채 두 손으로 초상 사진을 고리에서 떼더니, 그는 그것을 얼굴로 가져가 입을 맞추고는 다시 가만히 벽에 걸었다.​「사진이.」 그가 말했다. 「실물을 닮는다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지. 마치 우리의 겉모습이 자신의 내면적인 모습과 닮는 것이 아주 힘든 것처럼 말이다. 사람의 얼굴이 자신의 특징, 자신의 가장 개성적인 내면을 드러내는 것은 참으로 드문, 그런 순간적인 일이야. 그래서 화가는 사람의 얼굴을 연구하여 그 얼굴의 주요한 특징을 만드는 내적 특성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거야. 설사 그가 그리고 있는 순간에 그런 특성이 나타나 있지 않아도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아. 하지만 사진은 겉에 드러나는 그대로의 모습을 모사하는 것이기 때문에 때로는 나폴레옹이 멍청한 얼굴을 할 때도 있고, 비스마르크와 같은 사람이 정적인 사람으로 나타나는 일이 더러 있지. 하지만 가만히 보면 이 사진에서는 마치 햇빛이 일부러 그렇게 한 것처럼 소냐의 내면적 특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바로 그 순간을 비춰 주고 있다. 얼마쯤은 수줍은 듯하면서도 정숙한 분위기를 담고 있고, 동시에 뭔가 야성적인 성향이 엿보이기도 하며, 또 한편으로는 고요한 순결함이 엿보이는 바로 그 순간을 잡아낸 것이지. 내가 자기의 실물 사진을 가지고 싶어한다는 것을 깨닫고는 그녀가 얼마나 행복한 표정을 지었는지 아니! 이 사진이 그렇게 오래된 것은 아니지만, 그때 그녀의 모습은 아주 신선하고 참으로 아름다웠다. 물론 그때도 지금처럼 볼이 움푹 들어갔고 이마에는 잔주름이 보였으며 수줍어하는 표정을 가지고 있었지. 그러더니 지금은 해가 갈수록 그런 자태가 더욱더 눈에 띄어 간다. 잘 안 믿어질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제 그녀의 다른 얼굴은 거의 상상할 수도 없어. 하지만 그녀에게도 언젠가 아주 젊고 눈부시게 아름다웠던 때가 있었지! 러시아 여성은 용모가 아주 빨리 상해 버리고 말아. 그들의 아름다움은 아주 순간적으로 번뜩일 뿐이야. 하지만 사실 그것은 인종적인 체질의 특성 때문만이 아니라, 그들이야말로 헌신적인 사랑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지. 러시아 여성은 한번 사랑하게 되면 모든 것을 한꺼번에 주어 버리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사랑하는 바로 그 시간도 자신의 운명도 현재도 그리고 미래도 그들은 아낄 줄 모르고, 나중을 위해 미뤄 두는 법도 없어. 그래서 그들의 아름다움은 사랑하는 사람의 내면으로 순식간에 옮겨가 버리는 거야. 이 움푹 패인 뺨도 역시 내가 그 사랑을 만끽하는 동안 내 내면으로 흡수되어 버린 아름답던 그녀의 자태가 남긴 흔적이지. 너는 내가 네 어머니를 진심으로 사랑했다는 것을 알고 좋아하는구나. 아마 너는 내가 그녀를 사랑했다는 것을 전혀 믿으려고도 하지 않았겠지? 아니다. 나는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했다. 하지만 이런저런 고생밖에는 그녀에게 준 것이 아무것도 없었지…. 」​​-​​내 말을 듣고 나서 갑자기 그의 얼굴에 ​애수와 냉소가 뒤섞인 듯한, 너무도 눈에 익은 그런 표정이 나타났다.​​-​​「나는 너의 그 소리지르듯 캐묻는 태도가 좋아. 하지만 아니다. 나는 다만 가슴이 답답해져서 뛰어나갔던 거야. 갑자기 우울증에 걸려서 말이야. 이를테면 러시아 귀족의 우수라고나 할까? 사실 그 이상은 더 잘 표현할 수가 없구나. 귀족적 우수, 글쎄 그 이상의 것은 아니었지.」​​-​​「다시 말하지만, 나는 내가 러시아의 귀족이라는 의식을 잊을 수가 없었다. 러시아에서는 이 세상 아무데에도 없고, 그 어떤 나라에서도 일찍이 이뤄 내지 못한 최고의 문화적 양식이, 인간의 존재 상황에 대해서 고민하고 온 인류의 괴로움을 공유하려는 경향이 몇 세기에 걸쳐서 정립되어 왔지. 바로 이것이 러시아 인의 전형적인 특성을 이루었는데, 러시아 민족의 최고 문화층이 바로 그런 점을 일관되게 지켜 왔고, 그래서 나도 역시 그런 전형에 속하는 영광을 누리게 된 거야. 러시아의 장래는 바로 그런 유형의 인간들에게 달려 있다. 그런 사람들은 모두 다 합해 봐야 1천 명 정도밖에 되지 않아. 혹시 더 많을지도 적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러시아는 바로 그 1천 명의 인간을 만들어 내기 위해 지금까지 노력해 온 것이야. 어쩌면 그것은 너무 적은 숫자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또 어떤 사람들은 단지 1천 명의 인간을 위해서 그처럼 오랜 세월과 수백만의 인명을 낭비했느냐고 분개할지도 모르지만, 내 생각으로 그것은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정신을 집중하여 나는 그의 말을 듣고 있었다. 바로 그의 신념, 그의 전 생애의 방향이 그의 말 속에서 선명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이란 말이 아주 분명하게 그의 내면적 특성을 함축하고 있었다! 나는 그가 자신의 내면을 내게 진심으로 열게 된 것은 어떤 내적인 충격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느꼈다. 그렇게 열정적으로 내게 자신의 진실을 털어놓는 것은 바로 그가 나를 사랑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왜 그렇게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시작했는지, 또 왜 굳이 내게 그런 이야기를 하려고 생각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었다.​「그래서 나는 망명하기로 했다.」 그는 다시 말을 이어 나갔다. 「나는 마음에 걸리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러시아에 있는 동안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모두 다 정리했기 때문이지. 그리고 출국한 다음에도 나는 여전히 조국을 위해 계속 봉사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그 당시에는 프랑스 인이 다만 프랑스 인에 불과하였고 독일인이 독일인 이외의 아무것도 아닌 상태로 있었지만, 나는 러시아 인에 불과한 존재로 있기보다는 훨씬 많은 일을 해서 조국을 위해 봉사하고자 노력했다. 아마도 유럽의 풍토에서는 그와 같은 생각을 실현해 나갈 수가 없을 게다. 유럽은 훌륭한 프랑스 인, 영국인, 독일인의 전형은 만들어 냈지만, 미래의 유럽 인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것도 생각해 내지 못하고 있고, 아마 당분간은 그렇게 해보려는 의지도 갖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 어떤 의미에서 그들이 부자유한 반면에 우리는 자유롭다고 할 수 있겠지. 그 당시 유럽 전체에서 진정으로 자유로웠던 인간은 단 한 사람, 러시아적 우수를 가슴에 품고 있던 나 혼자뿐이었다.​여기서 아주 흥미로운 사실을 하나 눈여겨보아야 한다. 즉 모든 프랑스 인은 바로 그가 진정한 프랑스 인이라는 조건에서만 비로소 자신의 조국인 프랑스와 인류를 위해 헌신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영국인이나 독일인도 마찬가지지. 하지만 러시아 인은 다르다. 그들은 진정한 유럽 인이 되었을 때에만 비로소 가장 러시아 인다운 러시아 인이 될 수 있는 묘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바로 이 점이 우리를 다른 민족과 구별하게 하는 가장 본질적인 민족적 특징이며, 그것은 이 세상 어디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것이야. 나는 프랑스에 가면 프랑스 인이 되고, 독일인과 함께 있을 때에는 독일인이며, 오래된 그리스 인과 함께 있으면 그리스 인이 된다. 노바나나몰 그리고 그렇게 함으로써 나는 가장 러시아 인다운 사람이 되는 것이지. 또 그렇게 함으로써 나는 비로소 진정한 러시아 인이 되고, 러시아를 위해서 가장 많이 봉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나는 러시아의 가장 주요한 사상을 실현하려고 하기 때문이지. 나는 바로 그러한 사상을 개척해 내려고 한 것이고, 그래서 그때 망명을 선택한 것이야. 그렇다면 내가 러시아를 진정으로 버렸던 것일까? 아니지, 나는 계속해서 조국에 봉사했던 거야. 유럽에서 비록 이렇다 할 만한 구체적인 일을 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방랑 생활을 했지만(사실 나 자신도 그저 정처 없이 사방으로 방랑하고 있을 뿐이라는 의식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항상 내 고유한 사상과 독자적인 인식을 지니고 있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자긍심을 가지고 있었다. 이를테면 러시아적 우수를 그곳으로 가지고 갔던 것이라고 할 수 있지. 사실 그때 내가 진정으로 우려했던 것은 사람들이 당면한 상황에서 흘렸던 피나 튈르리만은 아니었어. 마음속으로 그 다음에 전개될 모든 상황들을 그려 보면서 그 점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했었다. 그들은 아직도 오랫동안 투쟁을 계속해야 하는 운명에 처해 있어. 왜냐하면 그들은 아직도 여전히 독일인이어야 하고, 프랑스 인이어야 하며, 그러한 자신의 역할을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기 때문이지. 하지만 그들의 마음이 열릴 때에는 이미 모든 것이 붕괴될 것이라는 사실이 아주 마음을 무겁게 한다. 러시아 인에게 유럽은 조국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아주 귀중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곳에 있는 돌 하나까지도 그립고 귀중하게 느껴지는 것이지. 유럽은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조국이었다.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의 것이었는지도 모르지! 나는 지금보다 더 러시아를 사랑한 적이 없다. 하지만 내가 베니스나 로마, 파리를, 그 학문과 예술의 보고를, 그들의 역사 전체를 러시아보다 더 그리워한다고 해서 자신을 비판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러시아 인은 바로 이 오래된 이국의 돌이나 오래된 신의 나라에서 일어났던 여러 가지 기적, 신성한 기적의 파편들까지도 귀중하게 느끼고 있다. 어떤 면에서는 그것들이 그들 자신에게보다도 오히려 우리에게 더 귀중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도 할 수 있는 거야! 그들은 지금 전혀 다른 사상과 다른 감정을 가지고 있으며, 오래된 돌을 존중하는 마음을 잃어버리고 말았지…. 그래서 지금 그곳의 보수주의자들은 오직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 싸우고 있을 뿐이며, 또 신랄한 말을 쏟아 내고 있는 비평가들도 오직 자신의 작은 이익만을 위해서 자신들의 논리를 펴고 있어. 그러니 러시아만이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진정한 사상을 위해서 살고 있다고 할 수 있지. 너도 이 중요한 사실을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이미 거의 1세기 동안 러시아는 자신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유럽 전체를 위해서 헌신해 온 것이야! 그렇다면 그들은 왜 그래야 할까? 그들은 신의 왕국에 도달하기 전에 먼저 현세의 고뇌를 처절히 겪어야 할 운명을 타고난 것이라고 할 수 있지.」​​-​​「완전한 고독에 빠진 인간은 이전보다 더욱더 긴밀하게 서로에게 깊은 정을 느끼면서 서로 의지하게 될 거야. ​이제야 비로소 서로에게 의미가 있는 것은 결국 자신들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고서 이제 그들은 서로의 손을 잡기로 한 거야. ​그들이 꿈꾸던 영원한 생명에 관한 사상은 이제 사라져 버리고, 그들은 자신들 스스로가 바로 그 자리를 채워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지. ​지금까지 영원한 하느님을 향하던 그 사랑이 이제는 자연, 세계, 인류, 그리고 풀 한 포기를 향하게 된 거야.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의 덧없음과 유한함을 점차 자각하게 됨에 따라 이전과는 다른 특별한 애정을 대지와 모든 종류의 생명체에게 점차 쏟게 될 것이다. 이전에는 전혀 상상도 못하였던 특이한 현상과 신비가 자연 속에 있다는 것을 그들은 차차 새롭게 인식하고 그것을 발견하게 될 거야. ​왜냐하면 이제부터 그들은 자연을 완전히 새로운 눈으로, 연인끼리 바라보는 그런 애정 어린 눈으로 보게 될 테니까. ​그들은 생명의 유한함이 자신들에게 남겨진 전부라는 것을 자각하고는 서둘러 꿈에서 깨어나 서로 입을 맞추고 사랑을 나누려 할 거야. ​상대방을 위해서 서로 일하며,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모든 사람에게 나눠 주는 행위 속에서 비로소 그들은 진정한 행복감을 느끼게 되겠지. ​또 아이들은 이 지상의 모든 인간이 그에게는 아버지, 어머니와 같은 존재라는 것을 깨닫고 느끼게 될 거야. ​서쪽 하늘로 넘어가는 태양을 바라보면서 ;라고 누구나 생각하게 될 거야. ​;​ 그들이 뒤에 남아서 서로 영원히 사랑하고 서로의 일을 마음 깊이 염려해 주리라는 이 사상이야말로, ​죽음 다음의 세계에서 서로 만날 것이라는 부활의 사상을 대체할 만한 것임에 틀림없다. ​아, 자신들의 가슴속에 담겨 있는 처절한 슬픔의 흔적들을 없애기 위해서 그들은 서둘러 서로를 사랑하게 되는 거야. ​내면 속에 커다란 자부심을 가진 채 그들은 자신의 일은 대강 하지만 상대방을 위해서는 세밀하게 임하게 될 것이며, ​누구나 타인의 생명과 행복을 위해서 깊이 사유하게 될 거야. ​그들은 서로 상대방에 대해서는 정중하게 임하며, 지금처럼 그렇게 하는 것을 겸연쩍어하지도 않게 되겠지. ​그리고 만나면 서로 상대방을 애정 어린 눈과 이해심 있는 표정으로 바라볼 거야. ​그 시선에는 깊은 애정과 정조가 느껴질 것이고…. 아마 그들은 천진한 아이들처럼 서로의 가슴을 포옹해 줄 거야.」​​-​​「그중에 무엇보다도 말하고 싶은 것은 내가 우수 어린 고독 이외에 그 어떤 다른 행복도 찾으려고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바로 그런 점에서 나는 마음속으로 자족했으며 항상 행복감을 느꼈다.」​​-​​「얘야.」 부지불식간에 그의 입에서 말이 흘러나왔다. 「그 순간, 나는 문득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지. 내가 도덕주의적 헌신을 추구하는 이상, 내 자신의 사상에 충실히 매진한다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의식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던 거야. 그래서 실제로 나로 인해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을 평생 동안 단 한 사람이라도 만들어 보자는 생각이 떠올랐던 것이지.」​「정말 그런 고식적인 논리가 이유의 전부였나요?」 납득이 잘 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내가 물었다.​「물론 다소 추상적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꼭 그랬던 것만은 아니다. 여러 가지 감정적 요인이 섞여 있었지. 왜냐하면 사실 나는 네 어머니를 관념으로서가 아니라 진심으로 사랑했었다. 만일 그렇게 사랑하지 않았다면 일부러 사람을 보낼 리도 없었고, 내 관념을 실현하는 것이 주목적이었다면 굳이 네 어머니를 부를 게 아니라 가까이 있는 독일 사람을 택해서 그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도 있었겠지. ​자신의 일생 동안에 어떤 방법으로든 단 한 사람만이라도 행복을 느끼게 만드는 일을, 진정으로 행복하게 만드는 일을 모든 교양인들의 기본 철칙으로 삼았으면 하는 게 내 속마음이다. 그것은 러시아의 숲이 황폐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모든 농부들에게 일생 동안 한 그루라도 나무를 심을 것을 법률로 정했으면 한다든지, 혹은 그런 규율을 의무적으로 지키게 하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는 것과 마찬가지 생각이겠지. 물론 그런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서라면 한 그루만으로는 부족하겠지. 그럴 경우에는 매년 한 그루씩 심도록 해도 좋을 거야. ​다만 내가 우려하는 것은, 나름대로 가장 숭고한 차원의 교양을 얻었다는 사람이 자신의 심오한 사상을 추구하는 사이에, 때로 완전히 현실적 문제에서 멀어져서 아주 폐쇄적이고 개인주의적이며 냉담한 인간으로, 간단히 말하자면 아주 어리석은 사람으로 되어 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사실이지. 그것도 처음에는 실생활에서만 그러다가 나중에는 자신의 사상적 측면에서까지도 그런 어리석은 천치가 되어 버리는 경우가 있으니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실생활에도 진지하게 임해 단 한 사람이라도 정말 행복하게 만들 만큼 노력을 기울여야 자신의 잘못을 시정하고 본인 자신도 거듭날 수 있는 토대를 만들 수 있게 되겠지. 물론 이론적으로만 본다면 설득력이 약하겠지만, 그것을 구체적으로 실천에 옮기다가 자연스럽게 하나의 습관이 된다면 아마도 무언가 의미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게다. 그리고 나 자신이 그것을 직접 체험해 보았고. 물론 처음에는 농담조로 시작했던 일이지만, 이 새로운 계율에 대한 사상을 발전시켜 가면서 비로소 나는 가슴속에 깃들어 있던 네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 점차 견고해져 가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어. 그때까지 나는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마음 깊이 느껴 보지 못했다. 그녀와 함께 사는 동안 나는 그저 그녀에게 탐닉하며 자신을 위안했을 뿐이고, 그 후에는 내 멋대로 살아왔었다. 그러다가 독일에 와서야 비로소 내 평생 처음으로 내가 그녀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거지. ​그러한 감정을 갖게 된 단초는 바로 그녀의 움푹 패인 뺨이었다. ​그것은 저린 가슴을 느끼지 않고서는 상기할 수 없는, 아니 어쩌면 가슴을 에는 듯한 아픔을 느끼지 않고서는 바로 볼 수 없는 것이었어. ​살다 보면 절실한 아픔을 느끼게 하는, 그런 고뇌 어린 회상이 실제로 삶 속에 있다. ​거의 누구에게나 그런 일이 있지만, 다만 사람들이 그것을 잊어버리고 있을 뿐이지. ​그러나 어쩌다가 나중에 문득 그것을 회상하면, 다만 조그마한 윤곽이라도 떠올리면, 그러한 아픔을 쉽게 씻어 버릴 수 없게 되지. ​나는 소냐와 살던 때 있었던 수많은 이런저런 일들을 떠올렸다. 나중에는 온갖 일들이 저절로 상기되고 끝도 없이 몰려들어, 그녀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괴로움 때문에 거의 죽을 뻔했다. 무엇보다도 나를 괴롭힌 것은, 언제나 내 앞에서 자신을 낮추는 그녀의 태도였고, 너는 잘 믿어지지 않겠지만 모든 점에서 항상 자기가 나보다 훨씬 열등한 존재라고 여기는 태도였다. 내가 때로 그녀의 손이나 손가락을 바라보면 그녀는 부끄러워하면서 금방 얼굴을 붉히곤 했지. 왜냐하면 그녀의 손이나 손가락은 그저 인사말로라도 고상하게 생겼다고 말할 수 있는 모양이 전혀 아니었으니까. 아니 손가락뿐만이 아니었어. 내가 진정으로 그녀의 아름다움을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할 정도로 그녀는 내 앞에서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부끄러워했어. ​하지만 그녀의 수줍음 속에는 항상 뭔가 일종의 두려움 같은 것이 엿보여서 나는 마음이 편하지 않았어. ​한마디로 말하면, 그녀는 자신을 나와 비할 수 없을 정도의 하찮은 존재라고 여기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신이 나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 물론 처음 얼마 동안 나는 아마도 그녀가 여전히 나를 주인 어른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두려움을 갖는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그것은 순전히 내 판단 착오였을 뿐이야. 하지만 내가 확신하고 있는 사실은 그녀가 누구보다도 내 결점을 이해하고 포용해 주는 능력이 있다는 점이다. 사실 나는 평생 동안 그처럼 예민하게 사람의 마음을 꿰뚫는 힘을 가진 여자를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처음에 그녀가 아직 아름다운 자태를 가지고 있던 때 나는 그녀에게 좀 화려하게 꾸미라고 말하곤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럴 때 그녀가 얼마나 괴로웠겠니. 자존심도 상했겠지만 견딜 수 없는 모욕감을 느꼈겠지. 그녀 스스로 자기는 어떻게 꾸미더라도 절대로 귀부인이 될 수 없으며, 타인의 옷을 입으면 오히려 더 우스꽝스럽게 될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을 테니 말이다. 그녀는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차림을 하고 싶지 않았던 거야. 예민한 사람이니까 속으로 아마 여자는 누구나 자신에게 맞는 옷을 입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겠지. 그런데 그런 사실을 절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여자가 이 세상에는 얼마든지 있다. 그들은 그저 유행하는 옷만 입으면 된다고 생각하지. ​그리고 네 어머니가 가장 두려워했던 것은 바로 내가 이따금 짓는 냉소적인 시선이었어. 바로 그거였지! ​특히 지금도 가끔 떠올리는 우울한 기억 중에 하나로 그녀의 매우 ??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단체명 한국장애인미래협회 | 주소 대구광역시 수성구 동대구로 45 (두산동) 삼우빌딩 3층 | 사업자 등록번호 220-82-06318
대표 중앙회장 남경우 | 전화 053-716-6968 | 팩스 053-710-6968 | 이메일 kafdp19@gmail.com | 개인정보보호책임자 남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