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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황수미 기자] "더워서 땀이 많이 나지만 유충 나온 물에 씻으려니 더 찝찝해요."
경남 창원시의 일부 주민들은 요즘같이 무덥고 습한 날씨에 땀을 많이 흘려도 씻는 게 망설여진다. 갈증이 나더라도 물을 선뜻 마시지 못한다. 지난 7일부터 일주일째 진해구 일대 수돗물에서 깔따구 유충이 발견된 탓이다.
14일 진해구 풍호동의 한 아파트에 사는 30대 최모씨는 최근 수돗물을 마음 편히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치질하고 난 후에는 끓인 물에 칫솔을 담가 두는 게 습관이 됐다. 혹시라도 물에서 유충이 발견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집에 아기가 있어 불안감이 더 크다고 말한다. 최씨는 "아기를 씻겨야 하는데 마음이 편하지 않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심지어 정수기 물까지도 끓여 먹어야 할지 고민이다.
마찬가지로 아기를 키우는 30대 이모씨의 상황도 비슷하다. 그는 "샤워나 목욕을 할 때 찝찝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고 전했다. 1년 전 설치한 샤워기 필터의 교체 빈도도 최근 잦아졌다고 한다.
사정이 이렇게 돌아가자 최근 진해구 일대 대형마트에서 생수를 찾는 사람도 늘었다. 14일 석동의 한 대형마트 관계자에 따르면 깔따구 유충이 발견된 지난 7일부터 13일까지 일주일간 해당 마트에서 판매한 2L 생수 평균 매출액은 83만5000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주 같은 기간(6월30일~7월6일)에 비해 13.14% 증가한 수치다. 2주 전(6월23일~29일)과 비교하면 24.81% 늘었다. 여름철마다 수질에 대한 우려로 생수를 찾는다는 50대 최모씨는 "특히 이번에 유충이 발견됐다는 소식을 듣고 (생수를) 더 많이 구매하고 있다"며 밥을 지을 때도 수돗물 대신 생수를 이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창원 석동정수장에서 유충은 계속 검출되고 있다. 14일 창원시에 따르면 전날 수돗물 생산 과정과 배수지, 가정집 등 20곳에서 157마리 유충이 추가로 나왔다. 이는 창원시가 유충을 처음 발견한 지난 7일부터 공급계통별 37개 지점에 포집망을 설치해 유충 발생 모니터링을 시작한 이후 최다 수치다.
특히 가정집 민원은 이날 진해구 이동과 무송동에서 2건 추가돼 총 7곳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 2건은 깔따구류 유충으로 최종 판단됐고 나머지는 유충이 유실돼 분석을 못 하거나 지렁이류로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시는 석동정수장의 수돗물을 사용하는 안청공원 물놀이장을 지난 9일부터 잠정 폐쇄하기로 했다. 14일 해당 시설에 직접 방문해보니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유충 사태가 해제되기 전까지 물놀이장을 잠정 폐쇄한다는 안내가 담긴 현수막만이 펄럭이고 있을 뿐이었다.
이 외에도 학교나 공공기관 등을 비롯해 주민들에게는 별도 안내가 있기 전까지 수돗물을 끓여 먹도록 권고했다. 아직 깔따구 유충의 유해성이 확인된 바 없으며 먹는 물 수질기준을 모두 충족시킨 물이기 때문에 생활용수로 사용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주민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14일 석동정수장을 방문한 정모씨는 정수 처리 과정을 직접 확인한 후 "물고기가 살 수 없는 4급수의 지표종인 깔따구 유충이 발견됐다는 것은 물이 오염됐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창원시의 대응에 대해선 "유충이 나온 수돗물을 끓여 먹으라는 건 유충을 익혀 먹으라는 말 아닌가"라며 비판했다.
그러면서 시나 관련 기관이 이번 사안에 대해 적극적인 대책 마련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낙동강 원수의 수질에 관한 조사와 주민들의 안전한 식수 제공을 위한 비상 급수시설 사용을 촉구했다.
일각에서는 창원시의 늑장 대응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석동정수장에서 깔따구로 추정되는 유충이 발견된 것은 지난 7일 오전 10시쯤이다. 하지만 시는 하루가 지난 8일 오후 5시 무렵 낙동강환경청에 해당 사실을 보고했다. 또 주민들에게 이를 알린 시각은 같은 날(8일) 밤 10시40분경이다. 유충이 최초로 발견된 지 무려 36시간이 지난 시점이다. 이 또한 4분 남짓의 브리핑이 전부였다.
현행법상 관할 구역 주민에게 알려야 하는 수질기준 위반 사항에 '깔따구 등 유충' 사례가 포함돼있지 않아 유충이 발견돼도 이를 즉시 알릴 의무는 없다. 하지만 이 같은 대응이 수돗물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을 키웠고 행정 신뢰도를 떨어뜨렸다는 게 낙동강경남네트워크와 진해YWCA 등 시민단체의 주장이다. 이들 단체는 "15만명이 먹는 식수에서 유충이 나오고 있는 사태를 창원시가 제대로 알리지 않은 것은 (주민들의) 건강을 대수롭지 않게 취급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분노했다.
이처럼 주민들의 불안감과 불편이 커지고 있지만, 이번 사태의 원인은 아직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창원시는 유충이 석동정수장의 취수원인 낙동강 본포 원수로부터 유입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관련 조사를 위해 2개의 취수원을 확인한 결과 낙동강 본포 원수에서 떠 있는 유충알을 발견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석동정수장과 같이 낙동강 본포의 원수를 사용하는 창원 반송정수장에서는 유충이 발견되지 않았다. 이에 석동정수장의 정수처리과정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실제로 14일 석동정수장과 반송정수장을 모두 방문한 유모씨는 "반송정수장의 여과 시설 등이 훨씬 체계적이고 철저하게 관리된 것 같다"고 전하기도 했다.